◀ 앵커 ▶
경북 봉화의 푸른 요양원에서는 원래 입소해 있던 환자와 이들을 돌보던 요양 보호사까지 50명 이상이 집단 감염됐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치료 병원으로 옮긴 뒤 같은 확진 환자인데도 요양 보호사들이 요양원 환자를 돌보고 있다고 합니다.
확진 환자가 확진 환자를 간병하고 있다는 건데요.
대체 무슨 일인지 김민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북 봉화 푸른요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를 위해 김천의료원으로 옮긴 사람은 모두 30여 명.
치매 등을 앓고 있는 고령의 요양원 입소자 24명과 요양보호사 7명입니다.
이들은 김천의료원에서도 요양보호사 1명에 입소자 서너명씩 짝지어 같은 병실을 쓰고 있습니다.
굳이 이런 조치를 취한건 의료진에게 입소 환자들의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서란게 경북도청의 설명입니다.
[김영길/경상북도 보건정책과장 (지난 6일)]
"환자에 대한 관리라든지 증상이나 이런 걸 잘 알고 있는 요양보호사를 3 내지 4명 당 1명으로 해서 할애를 해서 이분들 하고 같이 (코로나19) 양성자니까 같이 가서 진료를 하고…"
그런데, 병실을 함께 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확진 요양보호사 가족]
"환자들이 누워서 대소변을 보는 환자들인데 기저귀 같은 것도 갈아주고 몸에 오물 같은 거 다 닦아줘야 되고."
한마디로 경증 확진 환자가 중증 확진 환자를 돌보고 있다는 얘깁니다.
[확진 요양보호사 가족]
"한 공간에서 같이 계속 중증환자들을 돌보고 이러다 보면 더 심해질 수도 있고 그게 걱정되는데."
의료계에선 윤리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해서는 안 되는 행위라고 말합니다.
[정기석/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
"확진 받은 보호사분도 본인 몸을 돌봐야 하는 입장인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데 남을 케어한다는 게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고요."
특히 요양보호사 다수가 60대여서 이들 역시 언제든 중증으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푸른요양원측은 다른 요양보호사를 새로 구하기 어려워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고 실토했습니다.
[봉화 푸른 요양원 관계자]
"요양보호사가 당장 붕어빵 굽듯이 딱딱 나오는 게 아니니깐 일단은 양성자들을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 일단은 모시고 가서."
이런데도 경상북도는 그럴리 없단 입장만 반복합니다.
[경상북도 관계자]
"환자를 환자 케어 하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되죠. 네 그건 아닙니다."
장애인 시설인 칠곡 밀알 사랑의 집에서도 확진 환자들을 병원까지 따라가 돌보던 사회복지사가 결국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청도 대남병원을 비롯해 이송과 돌봄이 어려운 취약계층의 집단 감염의 경우 시설 자체를 폐쇄해 환자가 환자를 돌보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인권 논란마저 일게 된 상황인 만큼 무조건 격리부터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치료와 돌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김민찬입니다.
(영상편집: 김가람)
뉴스데스크
김민찬
경증이니 중증 환자 돌봐도 된다?…"안 될 일"
경증이니 중증 환자 돌봐도 된다?…"안 될 일"
입력
2020-03-09 20:17
|
수정 2020-03-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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