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간다] 돈뭉치 보여주니…뒷좌석에 '마스크 2천 장'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윤상문 기자입니다.

요즘 시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 바로 마스크입니다.

한 장이라도 더 사기 위해 약국 앞에 길게 줄을 설 정돈데요.

그런데 이런 절박함을 이용한 비양심적 행태들이 우리 주변에 판치고 있습니다.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스크 매점매석과 사재기 현장을 포착했습니다.

지금 바로, 그곳으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강남역 부근의 한 약국.

약국 문에는 공적 마스크 판매가 완료돼 재고가 없다고 써 붙여 놨습니다.

그런데 바로 위에 붙어있는 안내문엔 일반 마스크는 충분히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실제 한 여성이 마스크를 한가득 품에 안고 약국에서 나옵니다.

[마스크 구매자]
(지나가다 보고 사신 거예요?)
"네."

들어가 봤습니다.

마스크 수백 장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대량구매가 가능한지 물어봤습니다.

[약국 직원]
(마스크 좀 사러 왔는데요. 대량 구매도 되나요?)
"몇 개 정도요?"
(100개 정도 사려고 하는데...)

1백 장을 사겠다는 말에도 얼마든지 있다고 대답합니다.

[약국 직원]
"네 거기서 그냥 골라가시면 돼요. 어 선생님 그냥 여기서 드릴께요."

약국 측은 자체적으로 확보한 물량이라면서 이 KF94 마스크를 개당 4천 원에 팔고 있습니다.

1천 5백원대 공적 마스크보다 두 배 반이나 비쌉니다.

[약국 직원]
"예전에 한 장에 880원 이렇게 들어왔어요 예전에. 그래서 약국이 2,500원 3,000원 받았었거든요. 지금은 3,000원 정도로 들어온다고 (보시면 돼요)"

그러면서 파는 물량이 많지 않다며 '매점매석'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약국 직원]
"사실 약국입장에서는 별로 마진도 없고 팔기는 싫은데, 환자가 없으니까 이거라도 구해서 앵벌이라도 하려고..."

하지만 취재진은 약국 앞에서 대형 화물차가 마스크 수십 상자를 내리는 사진을 확보하고 서울시에 이를 알렸습니다.

서울시가 조사해보니 이 약국이 확보한 마스크 물량은 무려 8천 장.

전년도 월평균 마스크 판매량의 150%가 넘는 물량을 5일 이상 보관하면 매점매석에 해당돼 단속과 처벌 대상입니다.

[권혁준/서울시 공정경제과]
"재고를 적게 받든가 아니면 그동안에 빨리 팔든가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게 위법.. 매점매석으로 봐서 이제 고발 의뢰를 (할 예정입니다)"

약국 측에 취재진임을 밝히고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묻자 직원은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약국 직원]
"종로 가보시면, 종로 5가 약국 많죠. 그런 데는 백만 장 씩 이렇게 해서 파는 것 같더라고요."

정부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마스크에 대해 수출도 금지하고 80% 이상을 공적으로 수급해 국민에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마스크들이 정부 정책을 비웃으며 마스크 가격도 올리고 마스크 구하기도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어디서 이런 마스크가 나오는 건지 추적해봤습니다.

지난 3일 밤, 강남 한복판에서 마스크 밀거래가 있을 거라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제보자를 만나자 이내 마스크 판매 업자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판매업자]
"내일 잔금 몇 시까지 치를 수 있어요?"
[제보자]
"저 현금 들고 있습니다. 제 장부 인증해서 바로 보내드릴게요."
[판매업자]
"아니 아니 그럴 필요도 없고, 내일 여기 오셔서 미팅을 하시고..."

거래 방식은 간단합니다.

판매 업자는 가지고 있는 마스크를 촬영해 보여주고, 사려는 사람은 거래에 쓸 현금 뭉치를 찍어 보내줍니다.

중요한 건 판매업자가 지정한 '암호'를 적어 돈뭉치 옆에 두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겁니다.

[제보자]
"얘네들 암호명이 웃겨요. '뷰티풀 박' 아니면 숫자, ex 이런 거 쓰라고 하고..."

거래 전에 서로 진짜 마스크와 돈이 있는지 철저히 확인하는 겁니다.

[마스크 판매업자]
"계약금은 20억이에요. 오늘 만약에 무조건 계약금 20억 걸고 한다고 하면, 저 믿고 오늘 저녁에 5천만원 가급적으로 쏴주면 (마스크) 무조건 잡아놓을 수 있어요."

거래과정은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입니다.

판매업자는 수시로 접선 장소를 바꾸면서 조금만 이상해도 거래를 미룹니다.

[제보자]
"(도착 시간이) 9시 넘는다고 하니까 얘네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지, 거래 내일 하자네요. 마약 거래하듯이 되게 위험성, 안정성 다 따지네."

어렵게 거래가 성사돼 제보자가 마스크 판매자를 만났습니다.

판매자가 종이컵에 커피를 내줍니다.

"아 뜨거워. 커피 커피."

마스크가 담긴 10여 개의 상자를 확인한 제보자.

[제보자]
"와 이거 몇 박스야...안전하게 계산하죠."

곧 대금을 송금합니다.

[제보자]
"사장님 입금됐을 거예요. 확인해 보세요."

잠시 뒤 KF94 마스크 2천 장을 차에 싣고 거래는 끝났습니다.

[제보자]
"지금 다섯 개 묶은 거죠?"
[판매업자]
"네, 다섯 개예요."

이렇게 불법유통된 마스크들은 두세 배의 비싼 값에 시중 약국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됩니다.

마스크 불법 유통을 하다 적발될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징역보단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에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바로간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 김동세 / 영상편집: 정소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