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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분지라도 세워라? "간격부터 띄워야"

마분지라도 세워라? "간격부터 띄워야"
입력 2020-03-13 19:55 | 수정 2020-03-1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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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렇게 콜센터 집단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세부 지침을 내놨습니다.

    자리 간격을 넓히거나 칸막이를 하라는 건데, 정 안되면 두꺼운 마분지라도 세워 놓으라는 내용입니다.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 현장의 목소리를 김성현 기자가 들어 봤습니다.

    ◀ 리포트 ▶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이후 인근 사무실 몇 곳으로 상담사들을 분산 배치한 한 콜센터.

    하지만 부랴부랴 옮기다 보니 임시 사무실엔 칸막이조차 없습니다.

    [박 모 씨/은행 콜센터 상담사]
    "옆 칸막이건 앞 칸막이건 전혀 없이…간격이나 근무하는 여건이 너무 열악해서 감염이 발생이 되면 더 확진이 될 수 있는 두려움이 커지는…"

    노동부가 내놓은 콜센터 감염 예방 지침입니다.

    먼저, 칸막이를 설치할 것, 그런데 높이 규정은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얼굴만 들면 침방울이 튀는 있으나 마나한 칸막이도 많습니다.

    [이 모 씨/콜센터 상담사]
    "가슴 아래 정도 밖에 안 되는 파티션이에요. 파티션 위에다가 (추가로) 가림막을 설치하는데 비용이 들잖아요. 과연 그 비용을 쓰겠느냐…"

    칸막이가 없으면 책상 사이에 마분지를 세워 놓으란 세부 지침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분지를 설치해보니 옆에서 흔들거려 신경만 더 쓰이고, 창문이라도 열면 쓰러지기 일쑤입니다.

    [박 모 씨/은행 콜센터 상담사]
    "설치해 봤는데 계속 넘어지거나…실제로 거기 있어도 의미가 없고…(쓰러지니까) 그래서 더 환기가 안 되는 상황이고…"

    휴게실을 폐쇄하라는 지침도 있습니다.

    하지만 짧은 점심시간과, 넉넉지 않은 형편 때문에 휴게실에서 도시락을 먹던 상담사들은 이제 삼삼오오 계단으로 나가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근무 중 마스크를 쓰라는 것도 한숨이 나오긴 마찬가지입니다.

    직장갑질119가 콜센터 상담사 1,500여 명에게 물어보니 회사에서 마스크를 지급받은 적이 없다는 상담사가 절반이 넘고, 마스크가 있어도 잘 안 들린다는 고객들의 불만 때문에 착용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70%에 달했습니다.

    [이 모 씨/콜센터 상담사]
    "발음이 뭉개지기도 하고 고객이 잘 못 알아 들으니까…그리고 마스크를 쓰고 소리 내서 책을 한 10분만 읽어보세요. 숨도 쉬기 힘들고…9시간을 일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상담사들은 그나마 자리 간격을 1미터 이상 확대하라는 지침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이걸 지키려면 재택근무나 시차출퇴근제 같은 유연 근무가 필수인데, 하청이 대부분인 콜센터 비정규직에겐 그림의 떡입니다.

    이 때문에 정말 지켜져야 할 지침이라면 원청 업체에 직접 행정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성현입니다.

    (영상편집: 위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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