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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지 못한 '쿠팡맨'…"배송 물량 70% 폭증"

깨어나지 못한 '쿠팡맨'…"배송 물량 70% 폭증"
입력 2020-03-16 20:20 | 수정 2020-03-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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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면 접촉을 피하다보니 택배 주문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주 쿠팡의 한 비정규직 배송기사가 새벽 배송 중에 숨지는 일이 있었는데, 노조는 예고된 인재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김성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2일 새벽 경기도 안산의 한 빌라에서 택배 물건을 나르던 쿠팡 배송기사 40대 김모씨가 갑자기 숨졌습니다.

    김씨는 이곳 4층과 5층 사이, 여기 층계참 복도에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짜리 빌라 건물의 계단은 100여개.

    무거운 택배 물건까지 들쳐업고 계단을 수차례 오르락 내리락 하다 쓰러진 겁니다.

    [동료 쿠팡 배송기사]
    "10여 개의 물건을 들고 한 번이 아니라 두 세 번 왔다 갔다 했던 것으로...계단 통해서 왔다 갔다 했던 건데 발견될 당시 이미 의식이 없었다."

    사인은 급성 심장마비로 밝혀졌는데 김씨는 평소 앓던 병 없이 건강한 체질이었습니다.

    [경찰 관계자]
    "급성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이더라고요. 지병은 없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노조는 김씨가 숨진 건 혹독한 격무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김씨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매일 야간근무 10시간을 반복해 왔습니다.

    1시간 동안 20가구 넘게 배달을 해야 했는데, 이 정도면 숙련된 배송기사에게도 쉽지 않은 물량입니다.

    그런데 김씨는 입사한 지 한 달 밖에 안 된 비정규직 신입사원이었습니다.

    [쿠팡 동료 배송기사]
    "(시간당 20가구는) 굉장히 숙련된 사람이 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였을 것이다...이게 가능했던 건 절대 걷지 않았을 것이다...뛰어 다니면서 했을 것이다..."

    쿠팡 배송기사의 하루 배송 물량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작년 11월엔 최고 180가구 정도였지만, 이달 들어선 무려 309가구로 70% 넘게 폭증했습니다.

    하지만 쿠팡의 전체 배송기사 6천5백명 중에 70%가 넘는 4천5백 명이 김씨 같은 비정규직이어서 업무가 버겁다는 말 한마디 조차 꺼내기 어려운 처지였습니다.

    [쿠팡 노조 관계자]
    "비정규직이라고 하는 자체의 불안감이 근본에 깔려 있는 거고, 비정규직 들어와서 살아남기 위해서 무한 경쟁하는 시스템이 있는 거고..."

    쿠팡측은 신입 직원의 경우 기존 직원의 절반 정도의 물량만 맡기고 있으며, 최근 급증한 물량은 아르바이트생을 3배 가량 늘려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시간의 압박이 심한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이 계속되는 한 과로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대책을 마련하란 노동계의 요구에는 아직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김성현입니다.

    (영상 취재: 나경운 / 영상 편집: 노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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