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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하려다 이주 노동자 참사…"안전센서 꺼놔"

'빨리빨리' 하려다 이주 노동자 참사…"안전센서 꺼놔"
입력 2020-04-08 20:13 | 수정 2020-04-0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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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24살의 김용균 씨.

    석탄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비 정규직 청년, 기억하실 겁니다.

    그의 슬픈 죽음에 모두가 분노했고 이런 일을 막자는 목소리가 김용균 법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상황은 좀 달라졌을까요?

    스리랑카, 베트남, 몽골, 네팔 저마다의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 청년들.

    그들이 김용균 씨 같은 참혹한 죽음을 맞고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과 내일, 미처 피어나지 못한 코리안 드림의 서글픈 실상을 연속 보도합니다.

    먼저 윤상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충남 예산의 한 플라스틱 공장.

    31살 스리랑카 노동자 A씨가 플라스틱 받침대를 만드는 사출성형기에 윤활제를 바르고 있습니다.

    움직이는 기계 안에 몸을 넣는 위험한 작업입니다.

    지난 2월 7일 새벽 5시, A씨는 결국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출성형기를 고치기 위해 기계 안에 들어가 있었는데 한국인 반장 박 모 씨가 기계 전원과 연결된 외부 문을 작동시켰고, 동시에 사출성형기도 작동하면서 순식간에 기계에 끼인 겁니다.

    사람이 들어가면 기계가 멈추도록 하는 센서가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전원선을 빼놓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장 책임자]
    "(센서 전원선을) 뽑은 이유가 (기계가) 계속 꺼지니까. 일시적으로 제거된 상태라고."
    (평소에도 빼고 작업을 하셨던 거예요?)
    "그것까진 제가 좀 답변하기 어렵습니다."

    A씨의 동료들은 사측이 작업 속도가 느리다며 '센서를 끄고 작업하게 했다'고 주장합니다.

    사고는 계속 있어왔습니다.

    지난해 5월, 러시아 노동자가 발이 기계에 빨려 들어가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공장 책임자]
    "발가락이 골절돼서 약간 신경이 죽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재활 치료 중으로 알고 있고요"

    전남 순천에서는 베트남 노동자가, 경기 용인에서는 스리랑카 노동자가 안전장치 없는 기계에 끼여 숨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2년 동안 숨진 이주노동자는 최소 332명.

    한국인도 피하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노동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2, 3일에 한 명씩 숨지는 게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사망사고가 나도 사업주는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주 노동자를 새로 고용할 때 '벌점'이 매겨지는 게 불이익의 전부입니다.

    이주 노동자가 숨지면 다른 다른 이주 노동자로 쉽게 채워지는 구조인 겁니다.

    [우삼열/아산이주민센터 소장]
    "적어도 사람이 죽어나가는 사업장이라면, 몇 년간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규제조치가 있어야만 (합니다.)"
    "노동자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절반은 노예로 살고 있는 것이고, 절반은 기계로 살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노동단체들은 국적만 다를 뿐 제2, 제3의 김용균이 우리나라 사업장에서 숨져나가고 있다며 이른바 기업 살인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 : 이지호 / 영상편집 : 유다혜 / 자료제공: 국회 환노위 이용득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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