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들은 한국말 'XX 새끼'…"맞아야 일 잘하지"

◀ 앵커 ▶

우리에게는 그들을 막 대해도 되는 비뚤어진 권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말끝마다 욕설을 하고 때리는 한국인 사업주들이 일부 있습니다.

대체 왜 그렇게 하냐고 묻자 "한국인과 똑같이 대우 받으려 한다"면서 오히려 역정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조명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경기도의 한 버섯 농장.

사장이 베트남 노동자를 발로 차더니 욕설과 폭언을 퍼붓기 시작합니다.

[00농장 사장]
"XX △끼가 그것도 몰라서."

사장은 아파하는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위협을 가합니다.

[00농장 사장]
"확 그냥, XX △끼가."

일을 가르쳐주는 와중에도 노동자들의 머리를 수차례 때리는가 하면,

[00농장 사장]
"방금 얘기해줬는데도 모르고 XX △끼."

노동자가 작업대에 손을 올려놓았는데도 기계를 그대로 내려버리는 위험천만한 행동까지 합니다.

[00농장 사장]
"00 △끼가 그냥. (아…)"

노동자들은 자주 폭행을 당한 듯 사장이 손을 올리기만 해도 움찔했습니다.

지난해 8월 말부터 2달여 간 촬영된 14분 분량의 제보 영상에서 노동자들은 이름 대신 욕설로 불렸습니다.

[00농장 사장]
"멍청해가지고. XX △끼야 이거 한다며. 하면 되잖아 XX △끼야."

합판을 만드는 한 사업장.

공장장이 몽골 노동자 멱살을 잡고 식당 밖으로 끌고 나갑니다.

[00산업 공장장]
"내가 네 아버지야 인마! 이 △끼가 이게 어디 아래위도 없어!"

'왜 때리느냐'는 노동자의 질문에 가슴을 세게 밀치며 폭언을 쏟아냅니다.

[이주노동자 A 씨]
"식당에서 제가 밥을 먹고 있을 때 저 사람이 들어와서 '쓰레기 왜 안 버리느냐'고 그러더니 얼굴을 때리고…"

공장 측은 한국인과 같은 대우를 받으려는 이주노동자가 오히려 문제라는 반응입니다.

[00산업 관계자]
"너무 외국인들한테만 최고인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기사 내용을) 바꾸세요."

폭행을 당한 A 씨는 공장을 옮기고 싶었지만 그 과정이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이주노동자 A 씨]
"때리는 거 동영상이 있어서 그렇게 제가 나갈 수 있었어요. 그게 없었으면 거기서 계속 일하거나 아니면 고향에 가야 했어요."

사업주가 동의해주지 않으면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을 바꿀 수 없는 현행 '고용허가제' 때문입니다.

[우삼열/아산이주민센터 소장]
"이주 노동자가 회사 측에 항의를 한다고 한들 그것이 개선되지 않았을 때, 그다음에 취할 수 있는 저항의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손가락이 잘릴 때까지 일해야만 그 다음에 회사가 해고하면 다른 데 갈 수 있는…"

피해를 본 이주 노동자들은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요구하며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 조항에 대해 지난달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MBC뉴스 조명아입니다.

(영상취재: 김경배, 이지호 / 영상편집: 김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