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동생 혼자 있는데"…불길 뛰어든 형마저 숨져

◀ 앵커 ▶

오늘 새벽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서, 형제가 숨 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잠깐 편의점에 다녀왔던 고등학생 형이 아홉살 동생을 구하려고 불길 속에 뛰어 들었다가 함께 변을 당 했습니다.

정인곤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시뻘건 불꽃이 아파트 내부를 집어삼키더니, 윗층으로 번지며 타오릅니다.

오늘(8) 새벽 4시쯤 울산시 동구의 15층짜리 아파트 13층에서 불이 났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출입문을 4시 되면 열거든요. 열고 오니까 벨이 울리더라고. 보니까 저 위에서 사람이 고함 지르고…화재 났다! 화재 났다!"

불은 30분 만에 진화됐지만, 집 안 베란다에선 9살 동생이 숨진 채 발견됐고, 18살 형은 베란다 밖으로 떨어져 목숨을 잃었습니다.

화재를 미처 피하지 못한 18살 김모 군은 베란다에 매달려 있다 추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불이 났을 당시 집 안에는 동생만 잠들어 있었습니다.

형은 친구와 라면을 끓여먹은 뒤 냄새를 없애겠다며 향초를 켜 둔 채 편의점에 음료수를 사러 갔습니다.

오던 길에 불길을 본 형은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동생을 베란다로 옮겼지만 결국 화마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는 장사 준비를 하느라 집에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아파트 주민]
"연기는 말도 못 했죠. 소방관이 와가지고 물 쏘니까 연기하고 엉망이지. 바로 위에 사는 사람이 이렇게 와가지고 죽다 살았다고 그랬어요."

오늘 불로 아파트 주민 100여명이 대피한 가운데, 8명은 연기를 흡입해 치료를 받았습니다.

국과수와 소방당국은 열린 창문으로 불어온 바람에 향초가 넘어져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인곤입니다.

(영상취재: 최준환(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