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저마다의 코리안 드림을 품고 이국땅 한국에서 노동을 하는 이주 청년들, 4년 7개월 일했는데 3년치 월급을 받지 못했다면 누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런데 일을 시킨 사람은 "신고할테면 해보라"는 식입니다.
대체 어떻게 이런 범죄 수준의 배짱이 가능한 건지, 윤상문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이천의 한 채소농장.
캄보디아에서 온 27살 A씨는 지난 2015년부터 이 농장에서 일했습니다.
난방도 안되는 숙소에서 생활하며 홀로 4년 7개월을 일했지만 지금 손에 있는 돈은 단 27만원.
3년 동안 일한 댓가, 5천만원이 넘는 임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캄보디아 노동자]
"사장님이 믿으라고 했어요. 기다리라고."
임금을 달라고 하면 농장 사장 박 씨는 곧 주겠다며 차일피일 임금 지급을 미뤄왔습니다.
[캄보디아 노동자]
"사장님 말했어요. 야채 비싸지면 사장님이 돈 주겠다고. 사장님이 땅 팔아서 계산해서 전부 주겠다고, 사장님이 은행에서 빌려서 돈 주겠다고."
또 다시 돈을 달라고 재촉하자 사장은 화를 내기도 했고,
[박 모 씨/농장 사장]
"말을 안 하니까 그냥. 3년 동안을 너 식자재 다 사줬어. 고기니 뭐니 다 사줬어."
회유를 하기도 했습니다.
[박 모 씨/농장 사장]
"빨리 와. <왜 와요?> 보고 싶어. 없으니까 이상해. 빨리 와."
사실확인을 위해 활동가들과 함께 A씨가 일하던 농장으로 찾아갔습니다.
사장 박씨는 임금을 주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최정규/변호사]
"그거 지금 한 두달 가지고 말장난 하는게 아니라, 어찌됐던 4년 7개월 중에 3년 넘게 돈을 안 주신거죠?"
[박 모 씨/농장 사장]
"그렇죠."
하지만 이 사장은 지난 2015년에도 다른 이주노동자에게 밀린 임금을 주지 않고 벌금만 냈습니다.
[박 모 씨/농장 사장]
"큰 처벌은 안 받았어요. 벌금만 냈지."
밀린임금보다 벌금이 훨씬 싸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임금을 줄 생각은 없다고 말합니다.
[박 모 씨/농장 사장]
"못하면 못하는 거고. 그거(임금체불)는 난 솔직히 이제는 신경 안 써요."
A씨가 수 천만원을 떼이면서도, 이 농장에서 계속 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사업주 동의가 있어야 사업장을 바꿀 수 있는 '고용허가제' 때문이었습니다.
[김이찬/지구인의정류장 대표]
"'월급 주세요'라고 얘기했을 때, (사업주가) '너 자꾸 불만할 거면 나가, 너 불법해' (라고 하면) 더 이상 항의하기가 힘든 그런 상황입니다."
지칠대로 지친 A씨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신고를 한 뒤 캄보디아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캄보디아 노동자/수천만 원 체불]
"지금 마지막이에요. 사장님이 거짓말 많이 많이 했어요. 저는 캄보디아 갈 거예요. 돈은 없어요."
어머니 병도 고치고 고향에서 작은 가게를 차리고 싶었던 A씨.
그에게 한국은 다시는 오고싶지 않은 곳으로 남았습니다.
[캄보디아 노동자/수천만 원 체불]
"어머니는 마음이 아파 울어요. 캄보디아 생각나요. 어머니 말해요. 딸 캄보디아 오라고. 어머니 마음이 많이 아파요."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 이지호 / 영상편집: 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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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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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4-09 20:09
|
수정 2020-04-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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