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밀라노 할머니 장명숙 씨를 아시나요?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을 다루는, 구독자수 40만에 육박하는 유튜버인데요.
최근 그가 이 삼십대의 온라인멘토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엔 단순 정보뿐 아니라 인생의 철학이 담겨있다는데요.
젊은이들이 왜 그에게 열광하는지, 박소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여러 해외 명품을 처음 들여온 우리나라 패션 1세대 장명숙씨.
가는 길마다 '처음'이라 불렸던 그녀의 삶은 치열했습니다.
[장명숙]
"제가 젊었을 때 제일 많이 먹은 점심이 뭔 줄 아세요? 건빵이에요. 항상 회사 아니면 학교… 차 속에서 혼자 운 적도 많아요 내가 왜 이러고 살지?"
이탈리아와 우리나라 문화교류에 앞장 선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에는 이탈리아 기사 훈장도 받았습니다.
성공 가도만 달린 것 같은 그녀지만 그 시절 워킹맘으로 시련도 많았습니다.
아들이 큰 수술을 받으며 생사의 고비를 넘겨야 했고, 당시 일터였던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동료들을 잃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장명숙]
"여러 사람이 죽었죠 제 비서도 죽고, 제 제자도 죽고 친구도 죽고 그때 제가… 나는 왜 살아났지? 나한테 남겨진 분명한 몫이 있겠다. 봉사 쪽으로 서서히 서서히 터닝한 게…"
20년 넘게 해온 보육원 봉사활동은 이제 그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됐습니다.
[장명숙]
"(아이들이) 올바른 길로 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진짜 눈물 젖은 편지를 보낼 때면…"
유행의 최전선에 있었지만 그녀에겐 소박함의 반전이 있습니다.
[장명숙]
"입은 와이셔츠도 80년 된 저희 아버지 유품에서 나온 것을 삶아서… 이 스카프도 대학교 4학년 때 만든 거예요. 46년이네… 버려지는 물건 보면 연민의 정이 느껴져 이상하게. 너도 한 때는 사랑받던 가구인데 싶어서."
거기에 원숙한 인생철학까지.
[장명숙]
"내가 바꿀 수 없는 건 받아들이는 온유함을 주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고, 그 차이를 깨닫게 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
롤모델이 고팠던 우리 사회 젊은층에게 그녀는 닮고 싶은 어른이 되었습니다.
[장명숙]
"댓글에 몇백 명이 늙어가는 게 두렵지 않게 됐다고, 아 그래 늙는 게 뭐 그리 즐거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슬픈 것도 아니야… 누군가 저를 기억할 때 참 알뜰하게 정성껏 살았어. 그렇게 말해주면 고마울 것 같아요."
MBC뉴스 박소희입니다.
뉴스데스크
박소희
"밀라노 할머니처럼"…원조 패셔니스타에 '열광'
"밀라노 할머니처럼"…원조 패셔니스타에 '열광'
입력
2020-04-1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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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0-04-1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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