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드맨 ▶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사람들, 아무래도 소상공인들이겠죠. 그들의 삶은 얼마나 무너졌을까요? 또 이 위기를 헤쳐 나갈 방법은 없는 걸까요? 길 위에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대학가]
처음 온 곳은 서울의 한 대학가입니다. 원래 학생들로 한창 북적일 시기인데요. 지금 보시는 것처럼 거리가 한산합니다. 지금 빈 가게도 바로 보이고요. 바로 옆에 있는 가게도 지금 빈 상태로 그대로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지금 길어지면서 그럴 법도 한데 문제는 그사이에 버티지 못하는 가게들이 늘고 있다는 게 문제인데요.
지난달 서울 시내 음식점 1,700여 곳 폐업(서울시) / “10명 중 7명 폐업 고려 중” (소상공인연합회 설문)
[온성철/안암동 대학가 자영업자]
"지금 한창 바빠야 할 시간인데 지금 개강도 미뤄지고 해서 (임대료는 어떻게 내고 계세요?)솔직히 말씀드리면 좀 밀려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앞 가게 같은 경우에는 거의 30년 가까이 된 가게도 있는데 너무 심각하니까 결국은 그냥 나가시는 거죠. (20년 동안 그 많은 역경을 다 버티셨을 텐데...)이번이 처음입니다."
[속초]
수입을 대부분 관광에 의존해야 하는 지역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고 합니다. 한번 돌아보겠습니다.
지난해 강원 산불에 이어 2년째 큰 재난이 덮친 속초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카페 건물인데 지금 영업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펜션들도 대부분 사실상 영업 중단
[김막순/속초 펜션 운영자]
"(지난해)산불 났을 때, 그때도 없었죠. 그래도 그때는 잠깐이었어요. (3일 만에 한 팀. 방 하나 찼고...)"
강원도 지역 호텔이 대부분 찼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주로 대형 숙박업소들 위주로 조사한 결과일 뿐 소형 업소 주인들은 대부분 여전히 울상이었습니다.
[김막순/속초 펜션 운영자]
"지금은 전부 다 쓰러져야 해요. 왜냐면 대출이 있잖아요. 손이 이렇게 구부러졌어요. (손이 왜요?) 일을 해서요. 사람을 쓸 수가 없잖아요. 신경을 써서 안면 마비도 왔어요, 지금."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라 갯배도 텅텅
[속초항 갯배 직원]
"여기 선부들도 줄였고. (원래는 몇 분 계셨는데요?)여기는 2명이 2교대로 돌아갔는데, 지금은 한 명이 한 조가 돼서 2교대로 돌아가요."
저희가 지난 강원 산불 때 피해 입은 자영업자 분을 취재하러 왔던 바로 그 음식점이거든요. 다시 와봤는데 지금 아예 문이 잠겨 있습니다.
문에 걸린 번호로 전화해 보니...
[김영문/속초 동명항 대게찜 주인]
"열어봐야 솔직히 손님 하나도 없어요. (산불 지나고)11월 지나가면서 그나마 조금씩 경기를 회복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바로 코로나가 또..."
소상공인의 눈물, 닦아줄 수 있을까요?
정부도 막대한 재정을 들여가며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영세 자영업자에게 1인당 월 50만 원씩, 길게는 3개월까지 지급할 방침이고요. 이미 3월부터는 매출 8천8백만 원 이하 자영업자에게 부가가치세를 연평균 최대 120만 원까지 깎아주고 있습니다.
서울시도 며칠 전 긴급대책으로 서울 시내 소상공인에게 140만 원의 현금을 2개월에 걸쳐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소상공인 41만 명에게 지급될 걸로 보이는데, 예산만 5,740억 원이 듭니다.
대출 규모도 늘었습니다. 정부에서 2단계에 걸쳐 16조4천억 원의 대출자금을 소상공인에게 공급하는데요. 신용도가 낮은 소상공인에게도 일단 2조7천억 원을 투입해 보증 없이 1천만 원을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는 이런 막대한 지원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남대문시장]
제가 그 현장에 왔습니다. 이곳은 서울 남대문 시장인데요. 상인들의 말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다시 조금씩 활기를 띠기 시작한 시장 / 그러나 관광상품 파는 곳은 여전히 텅텅...
[정미영/서울민예 대표]
"(오늘 몇 명 정도 손님이 왔다 가셨는지?)한 명. 이거 지금 주머니 다섯 개 사 갔어요. 1,500원짜리. 자꾸 묻지 마세요. 눈물 날 수도 있으니까. 소상공인 대출이 있는데, 그걸 신청하라고 해서 2월 28일에 냈는데 3월 23일인가 거기서 문자가 왔더라고. (한 달쯤 지나서?)네. 이제야 도착을 했는데 답변을 드릴 수가 없다고.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는 거예요."
20년 운영하던 옆 가게도 매장 축소
[황석자/남대문 시장 상인]
"여기가 우리 가게지. 근데 이제 빼는 거지. 대출해도 또 이자 나가야 하잖아요. 대출 받으면 그럼 이자는 어떻게 하라고. 속이 상해서 막 울었어요. 속이 상해서. 가게 안 빼려다가 우리도 어쩔 수가 없으니까."
[전영문/남대문시장 상인연합회장]
"정부 시책은 10등급까지 대출이 된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10등급, 9등급, 8등급 이런 분들이 가서 대출을 신청 하시면 거의 지금 안 되는 실정이고. (오히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더 코너에 몰리신 분들이 아니겠습니까?)그렇죠. 예전에 썼던 금액들이 있으니까 아예 대상이 안 돼 버리는 경우가 많죠."
이에 대해 중기부는 재원이 한정돼 있어, 신용불량 상태이거나 ‘코로나 사태’ 이전에 세금을 체납한 소상공인에게는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도 무작정 지원을 늘릴 수만은 없는 상황.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성동구]
이곳은 서울 성동구의 한 전통시장입니다. 최근 일부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낮추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인 상인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홍정은/서울 뚝도시장 상인]
"(코로나 이후)장사도 좀 안 되고 그래서 (임대인에게)전화 한 번 드려서 부탁 한 번 했더니 흔쾌히 받아주시더라고요."
[권오관/서울 성동구 건물주]
"상인들이 잘 돼야 저희 뭐 건물 임대료도 잘 받을 것이고, 특수한 환경에 처하다 보니까 거기에 좀 보탬이 되고자."
지자체에서 ‘착한 임대인’에게 건물 보수와 안전점검 비용을 깎아주는 등의 혜택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성동구에서만 520여 곳 점포의 건물주가 '임대료 적게 받기'에 동참했습니다.
[이덕윤/성동구청 지속발전과]
"‘좀 도와주십시오’라고 상인들이 직접 얘기는 못하잖아요. 그거를 구청이 대신해줬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눈빛이 카리스마가 있어요. 이 눈빛을 보면 뭔가 인하해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들고...)아닙니다."
일시적으로 50%까지 임대료를 깎아준 임대인도...
[강종희/서울 성동구 상인]
"한동안 휴업을 할까. 이런 생각까지 했어요, 사실. 그래도 이런 게 있으니까 조금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죠. (다시 일어날 발판이 될 수 있겠네요?)그렇죠. 희망이 되니까요."
건물주의 선의에만 기대는 것도, 정부 재정을 푸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막막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위기를 분담해 십시일반으로 고통을 나눈 곳은 그래도 아직 희망을 잃지 않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길 위에서 찾은 답이었습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뉴스데스크
염규현, 남형석
[로드맨] '위기의 자영업자'
[로드맨] '위기의 자영업자'
입력
2020-04-26 20:28
|
수정 2020-04-2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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