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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산불 났는데…'술자리'에 '홍보용 사진'까지

대형 산불 났는데…'술자리'에 '홍보용 사진'까지
입력 2020-04-28 20:07 | 수정 2020-04-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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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난 주말 사흘 동안, 경북 안동에서는 큰 산불로 축구장 천 백개 면적의 거대한 숲이 타버렸습니다.

    그런데 산불 첫날 이철우 경북 지사가 산불 소식을 듣고도 총선 당선자들과 저녁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게다가 다음 날, 산불이 더 커져서 소방관들이 화마에 싸우는 와중에 이 지사는 산불 끄기 체험을 한다면서 이걸 홍보용으로 찍어 SNS에 올렸습니다.

    이정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안동산불은 금요일인 지난 24일, 오후 3시40분.

    안동시 풍천면 인금리 산 109번지에서 최초 발화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바로 이 풍천면에는 경북도청이 있습니다.

    발화지점과의 거리는 불과 6.4km로 불이 한참 번져가던 오후 5시 무렵, 경북도청에선 산불이 또렷하게 목격됐습니다.

    당시 촬영된 사진을 보면 자욱하게 치솟은 연기가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시간,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북지역 국회의원 당선자 3명의 예방을 받고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고령.성주.칠곡 정희용, 포항남.울릉 김병욱, 구미을 김영식, 이렇게 3명입니다.

    간담회가 끝난 6시 40분, 산불은 강풍을 받아 규모를 더 키우고 있었지만, 이때부터 도청 앞 식당에선 간담회에 이어 만찬이 이어졌습니다. 술잔도 돌기 시작했습니다.

    술자리엔 간담회에 참석했던 정희용, 김병욱.

    그리고 뒤늦게 온 군위.의성.청송.영덕의 김희국 당선자 이렇게 3명과 경북도청의 국장급 고위간부들이 함께 했습니다.

    [이상학/경북도청 대변인]
    "대구경북 행정통합, 통합 신공항 이런 관계로 미리 간담회가 예정돼 있었고, 공식 만찬을 했던 겁니다. 몇 차례 건배 제의가 오간 건 사실인데요, 그걸 술자리, 술판 이렇게 (말하는 건 맞지 않는다...)"

    만찬은 약 한시간 정도 이어졌는데, 우연히도 만찬 직후엔 피해규모가 100ha를 넘어가며 산불지휘권이 안동시장에서 경북도지사로 넘어갔습니다.

    다음날 오전 10시.

    예보대로 초속 10미터 이상의 강풍이 불면서 산불은 민가까지 위협하는 아찔한 상황이 됐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산불 통합지휘본부장인 이철우 지사 일행의 아주 이상한 행동이 진화대에 목격됐습니다.

    [이철우/경북도지사 (지난 25일 오전 10시쯤)]
    "야, 저기는 세게 타네. 저쪽 봐라. 이만큼 뿌려도 안 꺼지나. 이거. <경상북도 환경산림자원국장 : 예, 예. 갈비처럼 돼 있어서...>"

    이 지사가 불을 끄는 작업을 시작하자, 비서들은 홍보용 사진을 찍었고, 이 사진은 1시간 뒤 이철우 지사 SNS에 올라왔습니다.

    [현장 산불진화대원]
    "현장 실무진은 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기관장이라는 사람들이 와서 그렇게 하는 거는 (진화대원들의) 힘을 좀 빼는..."

    [현장 산불진화대원]
    "아직도 전부 정신 못 차렸어요. 자기 과시만 하려고 하지. 아이고, 참..."

    불은 강풍에 수시로 재발화되는 탓에 결국 축구장 천백개 규모나 되는 8백ha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산불이 다른 곳도 아닌 경북도청 지척거리에서 났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예정대로 만찬과 술자리를 꼭 가져야만 했냐는 언론의 지적에 대해 경북도청측은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정희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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