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고성에선 불과 1년 전에도 대형 산불로 많은 집들이 불에 탔죠.
아직 그 상처가 가시지도 않았는데, 주민들께서 얼마나 두렵고 불안한 밤을 보냈을지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제 밤새 현장을 지키면서 특보를 전했던 저희 박은지 기자가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 리포트 ▶
새벽 1시가 넘은 시각.
고성 천진초등학교 체육관에는 1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대피해왔습니다.
겨우 몸만 빠져나온 주민들은 스티로폼 매트 위에 애써 몸을 뉘고 눈을 붙였지만 끝내 잠에 들 수 없었습니다.
[최재경/운봉리 주민]
"매캐한 연기만 계속 나오고 냄새가 나고 바람 불고… 경찰이 돌면서 빨리 대피하라고 해서 맨몸으로 나왔어요."
불길이 더이상 번지지는 않고 있다는 소식에 살짝 마음이 놓이기도 했지만, 집은, 또 비닐하우스와 축사는 정말 괜찮은 건지 새벽 내내 말 그대로 노심초사의 연속이었습니다.
[양인모/운봉리 주민]
"진화가 돼 간다고 하니까 좀 안심이 됩니다. 여기 앉아 있으니까 걱정되고 답답하죠. 상황을 모르니까…"
불이 처음 시작된 도원 2리는 작년 고성 산불이 발생한 곳으로부터 북쪽으로 5~10km가량 떨어진 곳입니다.
주민들은 며칠전부터 바람이 심상치 않아 조심하고 또 조심했건만, 결국 산불이 나자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열호/도원2리 주민]
"걱정하고 있었죠. 요때쯤 되면 혹시 또 불나는 거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는데 올해도 불이 났네요. 아차 하면 불이 날 수밖에 없는…"
최악의 피해로까지 치닫지는 않았지만, 거의 매해 닥치는 산불에 매번 몸서리를 쳐야 하는 주민들의 우려는 산불이 끝난 지금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은지입니다.
뉴스데스크
박은지
급박했던 한밤의 대피…가슴 쓸어내린 주민들
급박했던 한밤의 대피…가슴 쓸어내린 주민들
입력
2020-05-0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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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0-05-0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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