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35년 전, 전두환씨가 친필로 쓴 대전 현충원의 현판을 정부가 안중근 의사 글씨체로 다시 써서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전두환씨가 기념 식수한 일본산 금송의 처리 계획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태욱 기자입니다.
◀ 리포트 ▶
1985년 대전현충원 준공 당시 설치된 현충문 현판.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 씨가 직접 종이에 쓴 글씨를 탁본으로 새겨 만들었습니다.
전 씨는 내란과 반란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대통령 예우까지 박탈됐지만, 그의 친필만은 호국영령이 잠든 현충원에 35년째 그대로 남아있었던 겁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지난해부터 철거 요구가 거세게 이어졌고, 결국 국가보훈처는 이 현판을 이달 안에 철거하고 새 현판으로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전두환 글씨 대신 새로 달릴 현판에는 안중근 의사의 손글씨를 토대로 만들어진 이른바 '안중근체'가 사용됩니다.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하루 앞두고 강한 의지와 비장한 심정을 담아 쓴 '장부가'의 손글씨를 바탕으로, 작년 하얼빈 의거 11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글씨체입니다.
[최정식/국가보훈처 홍보기획팀장]
"안중근 선생님이 갖고 있는 호국과 독립의 의미들을 담아내는 그런 서체들을 현충문에 담아낸 의미가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현충탑 앞에 자리잡은 헌시비 뒷면에도 전두환이 적은 비문이 새져져 있는데, 이 역시 이르면 다음달쯤 새로 설치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지난 1986년 전 씨가 심은 뒤 고사해 다시 심은 일본산 소나무 금송에 대한 처리 계획은 빠져있어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혜문/문화재 제자리 찾기 대표]
"전두환 현판 철거 결정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전두환 기념식수 금송 철거까지 국가보훈처가 결정할 수 있도록…"
5.18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우리 현대사 곳곳에 남겨진 독재자의 흔적을 지우고, 지난 과오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태욱입니다.
(영상취재: 신규호/대전)
뉴스데스크
김태욱
35년 만의 철거…현충원 '전두환 글씨' 떼고 '안중근체'
35년 만의 철거…현충원 '전두환 글씨' 떼고 '안중근체'
입력
2020-05-0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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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0-05-0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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