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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요"…경비 초소 가득 추모 물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요"…경비 초소 가득 추모 물결
입력 2020-05-11 20:23 | 수정 2020-05-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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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어서 다음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하던 60대 경비원이 '입주민으로부터 폭행에 시달렸다'면서,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고인을 위해서 추모 공간을 마련했고, 그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는 국민 청원도 등장했습니다.

    양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우이동의 한 아파트.

    이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다 어제 새벽 극단적인 선택을 한 60살 최 모씨의 경비실 앞에 추모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과일과 막걸리가 놓였고 주민들이 쓴'고맙다' '죄송하다'는 글귀들이 창문에 가득 붙어있습니다.

    [아파트 주민]
    "100(명)이면 100사람 전부 인사하고, 애들도 인사하고, 강아지도 인사하고.. 이렇게 될 줄 몰랐죠. 미안해요."

    이웃 주민들까지 찾아와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웃 주민]
    "그냥 한 번도 뵌 적도 없고 그런데 저희 아빠 같기도 하고, (주민들이) 되게 좋은 분이셨다고 (해서)…"

    주민들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달 21일, 평행주차 돼있는 50대 심 모씨의 차를 이동시키다 항의를 받았고, 심 씨는 최 씨를 폭행한 뒤 관리실로 끌고가 사직서를 쓰라고 요구했습니다.

    유족들은 며칠 뒤 심 씨가 최 씨를 경비실 안에서 더 심하게 때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 씨 유족]
    "한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강력하게 폭행을 하고, 감금 폭행을 해서 코뼈가 부러지고, '10명을 풀어서 너를 암매장을 시키겠다'고 (폭언을 하고)…"

    최씨는 가해자를 폭행죄로 고소했다가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맞고소를 당하자, 심적 고통을 호소해오다 어제 새벽 자신이 살던 아파트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는 지난 4일에도 이미 한 차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주변에는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경찰은 경비원 최씨를 폭행한 혐의로 심 씨를 곧 소환 조사할 방침이며, 심 씨는 이번 일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입주민의 청원이 올라왔고, 오늘 저녁엔 주민들이 촛불 집회를 열고 최 씨를 추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실시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경비노동자 5명 중 1명이 '입주민으로부터 부당 대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임득균/노무사]
    "(경비노동자) 대부분이 1년 미만의 계약 기간을 가지고 있고요. 폭언한 것에 대해서 대응을 했다(고 하면), 그 분은 다음 계약 연장 안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요."

    주민들이 횡포를 부려도 피해를 호소할 곳이 없다보니 이른바 '갑질'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MBC뉴스 양소연입니다.

    (영상취재 : 김경락, 이지호 / 영상편집 : 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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