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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서명 못하면 대출 안 돼"…시각장애인 차별하는 은행

[바로간다] "서명 못하면 대출 안 돼"…시각장애인 차별하는 은행
입력 2020-05-12 20:14 | 수정 2020-05-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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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이유경입니다.

    요즘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어려지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소상공인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애가 있는 소상공인에게는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글을 쓰고 서명을 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한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모든 조건을 충족했지만 대출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 현장으로 바로 가보겠습니다.

    경기도 부천에서 안마센터를 운영하는 김덕주 씨.

    청소년 시절 녹내장을 앓은 뒤 빛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다른 시각장애인들과 힘을 모아 안마센터를 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뚝 끊겼고, 매출은 반토막이 났습니다.

    [김덕주/안마센터 대표]
    "저희는 접촉을 하니까, 한달에 두세 번씩 오시는 분들도 한번도 안 올 때도 있고…"

    김 씨는 코로나 특별대출을 신청하기 위해 지난달 17일 시중은행을 찾아갔습니다.

    대출 자격 요건도 충족됐고, 서류도 모두 준비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은행 측은 김 씨에게 대출을 해 줄 수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대출 서류에 직접 이름과 주소 등을 손수 쓰고 서명도 해야 하는데 못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앞을 볼 수 없는 김 씨는 점자도 없는 서류에 글자를 쓸 위치조차 찾지 못했고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김덕주/안마센터 대표]
    "제가 직접 사인을 해봤는데도, (글씨가) 칸을 넘어가고 크다보니까 결국엔 그분도 제가 직접 사인이 안된다고 판단을 내린 것 같아요."

    김 씨와 함께 같은 은행의 다른 지점을 찾았습니다.

    역시 대출이 안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대출 담당 직원에게 자필 서명이 어려운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A 은행 직원]
    "본인이 아프셔서 안 되는 게 아니라 자필 때문에 안 되시는 거예요. 이름, 주민번호, 연락처랑 주소, 기간 이런 건 쓰는 란이 많긴 하거든요."

    믿을 만한 사람이 옆에 앉아 서류 어디에 이름을 쓰고 서명을 해야 하는지 도와주는 것조차 불법이라는 설명.

    김 씨와 함께 다른 은행들의 문도 두드려봤지만 대출은 불가능했습니다.

    [B은행 상담원]
    "서명이랑 금리랑 금액은 (고객님 손으로) 직접 해주셔야 한다고 하세요."
    ("녹취나 이런 것도 안되고요?")
    "네, 서명이나 이런 거는 꼭 남기셔야 한다고 하세요."

    지난 2018년, 금융위원회는 시각장애인이 통장이나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 자필 서명 대신 녹취나 화상 통화 등 대체 수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안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은행 직원들은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입니다.

    [A 은행 직원]
    "현재로선 이걸 녹화해서 보증하는 그런 시스템은 은행엔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시각장애인 단체는 금융위 개선안에 강제성이 없어 은행들이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훈/시각장애인연합회]
    "녹취나 영상으로 대체를 해달라고 얘길 해도은행에서는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가 책임질수 없다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금융상품과 서비스 제공에서 배제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절벽에 몰린 장애인들에게는 그저 그럴 듯한 말일 뿐입니다.

    MBC뉴스 이유경입니다.

    (영상취재: 이준하, 김효준 / 영상편집: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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