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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폭력에 억울한 옥살이까지"…'40년 만의 무죄'

"국가 폭력에 억울한 옥살이까지"…'40년 만의 무죄'
입력 2020-05-12 20:24 | 수정 2020-05-1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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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박정희, 전두환 두 군사 정권을 거치면서 끔찍한 국가 폭력을 연이어 당하고 이걸 피해서 도망을 갔다 전과자까지 된 이가 있습니다.

    40년이 흘러 법원이 오늘, 재심을 통해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재판부는 국가를 대신해 사과했습니다.

    대체 어떤 사연인지, 김정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1970년, 서울에서 할아버지 댁에 가던 13살 소년이 경찰에 끌려갔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도착한 곳은 외딴 섬의 아동수용소 '선감학원'.

    [한일영/국가폭력 피해자]
    "(들어가자마자) 막 엎드려 뻗쳐 시키고 두들겨 패기 시작하더라고요 피투성이 돼서…"

    구타와 배고픔이 일상인 지옥이었습니다.

    "죽은 애들 시신을, 공동묘지가 있어요 선감도에, 거기에 묻기 전에 애들 쫙 세워놔요. 교육시키려고. 도망가면 이렇게 된다."

    바다 건너 목숨 건 탈출에 성공했을 땐 이미 5년의 시간이 흘러 있었습니다.

    다시 5년이 지나 전두환 신군부가 들어선 1980년.

    동네 아이들과 뚝섬유원지로 나들이를 갔다 또다시 '악몽의' 삼청교육대에 끌려갑니다.

    '왜 무고한 민간인을 학대하냐'는 입바른 소리 한 번에 한 씨는 오물과 음식찌꺼기를 먹어야 하는 인권유린에 시달렸습니다.

    한 달 만에 탈출하다 붙잡혔지만,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한일영/국가폭력 피해자]
    "나는 재판 받으면 당연히 무죄가 나올 지 알았어요. 죄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법원은 그에게 삼청교육대에서 무단이탈했다며 계엄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40년.

    오늘 서울중앙지법은 한일영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삼청교육대를 탈출했다는 이유로 한 씨에게 죄를 물었던 근거인 '계엄포고 13호'가 위헌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삼청교육대에서 무단 이탈하거나 난동·소요를 벌이면 영장 없이 체포한다'는 계엄포고 13호는, 지난 2018년 대법원에서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과거 국가에 의해 헌법질서가 유린되던 암울한 시기에 억울하게 복역한 피고인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이 판결로 조금이라도 치유가 되시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이) 짤막한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파노라마처럼 왜 21살 청년 때 (법원이라도) 제대로 된 판단을 했으면 40년 동안 힘들게 살지 않았을텐데…"

    MBC뉴스 김정인입니다.

    (영상취재 : 김신영 영상편집 : 우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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