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남편을 잃고, 자신은 극우논객 지만원 씨에게 북한 특수군 부대원, '139번 광수'로 몰렸던 한 할머니가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아픈 삶 속을 헤매는데, 가해자들은 제대로 처벌도 받지 않는 것이 한스럽다고 말하는데요.
박영훈 기자가 그를 만나고 왔습니다.
◀ 리포트 ▶
1980년 5월 20일.
멀쩡한 남편을 황망하게 떠나보낸 40년 전 그날은 어제처럼 선명합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큰아들 하숙비를 들고 광주를 찾았던 당시 47살의 남편은 광주교도소 앞에서 계엄군의 진압봉 등에 맞아 숨졌습니다.
해남 집에서 배를 타고 목포로 나와 다시 버스에 옮겨타 찾았던 광주 망월동.
무자비한 구타에 얼굴조차 분간이 어려웠지만 남편 주검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심복례/5·18유공자 故 김인태 씨 유족]
"하얀 광목천으로 덮어 놨는데 우리 식구(남편)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평생 농사 밖에 몰랐던 남편이 무슨 죄를 졌길래...
제비새끼처럼 엄마만 바라보던 자식 여섯을 품에 안은 채 울음을 참고 또 참아도 이 물음은 가슴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허물어진 일상에 심복례 할머니의 아픔을 더한 건 5.18 당시 시민들의 사진을 두고 북한특수군이라고 지목한 이른바 '광수시리즈'
이 황당한 주장 속에 남편을 잃은 심 할머니는 '139번 광수'가 돼 있었습니다.
땅끝에서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지난해 4년 여의 긴 소송을 이겼지만 상처는 깊게 남았습니다.
[심복례/5·18유공자 故 김인태 씨 유족]
"무엇하러 가만히 있는 사람을 그렇게 할 것입니까. 내가 자기들한테 옷을 주라고 했나, 밥을 주라고 했나. 별꼴을 다 봤어요. 가정파탄 내고도 무슨 미련이 있는지 나를 간첩으로 몰아야 되겠어요."
남편과 함께 무고한 생명들이 국가의 폭력에 영문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난지 40년.
전두환 씨를 포함해 아직도 반성 없이 활보중인 가해자들을 보며 심 할머니는 80년 5월부터 가슴 깊은 곳에 옹이진 한을 다시 힘겹게 꺼냅니다.
[심복례/5·18유공자 故 김인태 씨 유족]
"대한민국 법이 저렇게도 사람이 없고 시원찮을까요. 떼죽음을 당했어도 (가해자들은) 징역 한번 안 보내고 멀쩡히 살고, 일반 사람들은 사람 한 명 죽이면 징역 보내잖아요. 나는 그것 희한하다 그 말이에요."
MBC뉴스 박영훈입니다.
(영상취재:김승호/목포)
뉴스데스크
박영훈
40년 전 남편 잃고…가짜 뉴스에 '139번 광수' 된 세월
40년 전 남편 잃고…가짜 뉴스에 '139번 광수' 된 세월
입력
2020-05-17 20:22
|
수정 2020-05-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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