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유럽의 각 나라마다 국민들의 이동까지 제한하는 봉쇄령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장서 모범을 보일 법한 지도층 인사들의 도 넘은 '방역 일탈'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수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도미닉 커밍스 영국 총리 수석 보좌관의 집 앞.
그를 만나기 위해 취재진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취재진]
"영국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그는 지난 3월 말,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자가 격리를 하던 중 지침을 어기고 런던에서 400킬로미터 떨어진 부모님 집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사퇴 여부를 묻기 위해 기자들이 모인 건데 대뜸 거리두기를 지키라며 소리를 지릅니다.
[커밍스]
"왜 당신들은 사회적 거리를 지키지 않습니까?"
그의 훈계에 화가 난 누군가 소리칩니다.
"위선자! 사임하라!"
[영국 시민]
"어떻게 자신은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정부 지침을 따르기를 기대할 수 있나요?"
그런데 총리는 질책은 커녕 감싸고 나섰습니다.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건 맞지만,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단 겁니다.
[보리스 존슨/영국 총리]
"부모가 갖는 본능을 따랐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모든 면에서 책임감 있게, 합법적으로, 진실하게 행동했습니다."
하지만 측근에게만 관대한 존슨 총리의 태도는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키어 스타머/노동당 대표]
"나라면 커밍스를 해임했을 겁니다. 존슨 총리는 수사를 요청하지도 않았고, 영국 대중을 경멸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선 대통령이 방역 수칙을 어겼습니다.
영업 제한 시간을 넘긴 식당을 단속했더니 대통령 부부가 걸린 겁니다.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봉쇄령 이후 처음으로 아내와 친구 2명과 외출했다"며 "수다를 떨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공식 사과했습니다.
국민들에겐 협조를 넘어 벌금과 처벌까지 적용하는 코로나19 방역 지침.
그러나 정작 자신들은 불가피했다, 실수였다, 넘어가려는 지도층의 행태가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한수연입니다.
(영상편집: 이정근)
뉴스데스크
한수연
국민만 지켜라?…유럽 지도층의 코로나 '내로남불'
국민만 지켜라?…유럽 지도층의 코로나 '내로남불'
입력
2020-05-25 20:16
|
수정 2020-05-2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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