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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단독] 세스코 믿고 방역했더니…'검증 안 된 소독제' 썼다

[바로간다][단독] 세스코 믿고 방역했더니…'검증 안 된 소독제' 썼다
입력 2020-05-27 20:12 | 수정 2020-05-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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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이재욱 기자입니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관공서와 대형 영업점 등 많은 곳에서 방역을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국내 최대 방역업체가 정부의 검증을 받지 않은 소독제를 사용해 방역을 했다는 믿기지 않는 제보가 저희에게 들어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 현장으로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3월, 서울 광진구의 한 교회.

    방역복을 입은 세스코 요원들이 교회 곳곳을 소독합니다.

    지난 1월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문적인 방역 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었고, 국내 1위 방역업체 세스코는 특수를 크게 누렸습니다.

    독보적인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세스코에서 방역을 받은 업체들은 이를 적극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업소 관계자]
    "그래도 브랜드 네임이 있으니까. 사실 (문제가 있을 거라고) 의심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세스코가 코로나19 방역을 하면서 사용하는 소독제 세 가지 중 하나가 정부로부터 효과를 검증받지 못했다는 제보가 입수됐습니다.

    릴라이온 버콘 등 2가지는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포함됐지만, '바이오크린액'은 지침에 없는 약제란 겁니다.

    정부는 국내외 연구를 검토한 뒤, 코로나19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없애는 데 효과가 있는 성분과 함량을 고려해 코로나19 방역용 소독제 76개를 선별했습니다.

    그리고 세스코 같은 전문 방역업체는 코로나19 방역용으로 지침에 있는 소독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바이오크린액'이라는 제품이 76가지 승인제품에는 포함이 안 돼 있더라고요. 그러면 이 제품은 코로나19 방역에 효과가 아직 입증이 안 됐다고 봐도 무방한 건지요?) 지금까지는 그렇다고 봐야 될 것 같아요."

    세스코가 사용한 소독제입니다. 정부의 검증을 아직 받지 않은 제품이라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2만 2천 건 가까이 방역을 실시했습니다.

    세스코는 지난 1월 20일부터 4월 20일까지 4만 3천여 건의 코로나19 예방 방역을 했는데 절반이 넘는 곳에서 이 제품을 사용했습니다.

    앞서 세스코가 광진구 교회 방역에 사용한 소독제는 코로나19에 대한 효과가 검증이 안 된 바이오크린액 100밀리리터가 전부.

    [교회 관계자]
    "저희는 모르죠. 저희는 다 업체에 위탁을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분들이 해주시는 부분들을 뭐 가져와 가지고 (하는지 모르니까…)"

    한 대형 백화점 측은 "검증이 안 된 소독제로 방역했다"며 세스코에 뒤늦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백화점 관계자]
    "(코로나19 방역으로) 서로 다 계약도 맺어놓고 했는데, 그 쪽(세스코)에 컴플레인(불만) 걸고 했잖아요. 저희는 진짜 좀 법적으로 문제 삼으려고 하고 있어요."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뿐 아니라 국회도서관, 법원행정처, 지방자치단체 등 관공서들도 세스코의 고객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세스코는 "바이오크린액이 국내 살균제 중 유일하게 코로나19 바이러스 제거 효력을 입증받은 뛰어난 소독제"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주성분인 구연산은 먹을 수 있어 다른 소독제보다 더 안전하다" "한국에서는 아직 공인을 받지 못했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 효능이 입증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질병관리본부 등에 질의한 뒤, 바이오크린액을 코로나19 방역용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확인했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런 유권해석을 해준 곳은 1339 콜센터였다고 합니다.

    "안전하면서 효과가 뛰어나다"면 왜 사용처를 달리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세스코는 확진자가 발생한 곳을 소독할 때는 바이오크린액이 아닌 정부 검증을 통과한 소독제를 사용했습니다.

    단 한 번도 예외가 없었습니다.

    세스코는 지난달 24일 한 대학병원에 바이오크린액의 효능을 측정해 달라며 검사를 맡겼습니다.

    그리고 지난 19일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받았고, 이틀 전에야 정부에 정식으로 검증을 요청해 국립환경과학원의 검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소독제 검증을 마무리하고 방역에 사용해야 하지만, 세스코는 사내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고객이 반발하자 뒤늦게 검증 절차를 밟고 있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세스코는 효능을 과대 포장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바이오크린액은 당초 살모넬라, 일본뇌염 바이러스 등에만 효과가 있다고 정부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공인을 받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다고 홍보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민석/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
    "'인체 감염 코로나바이러스에 효능이 있다'고 그렇게 홍보를 하며 사용하는 것에는 원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요. 먼저 효능을 평가 받지 않았기 때문에 허위 광고가 될 수 있습니다."

    세스코의 설명과 달리, 이윤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용 기준대로 소독제를 쓸 경우, 세스코가 사용하는 정부 검증 소독제와 바이오크린액의 가격은 27배 넘게 차이납니다.

    [한정애/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이익을 취한 것이 되고요.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이 되기 때문에 그러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세스코의 주장대로 바이오크린액이 효능을 최종 인정받아 정부 방역지침에 추가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직 검증이 완성되지 않은 소독제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소비자들의 선택 역시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특수'는 얼마나 컸을까.

    '매출이 늘었는지' 물었지만, 세스코 관계자는 "아직 집계 중이라 바로 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바로간다 이재욱입니다.

    (영상취재: 김두영 김백승 영상편집: 김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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