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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간다] '구의역' 4주기…수많은 김 군들 여전히 '홀로 사투'

[다시간다] '구의역' 4주기…수많은 김 군들 여전히 '홀로 사투'
입력 2020-05-27 20:19 | 수정 2020-05-2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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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지하철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직원이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습니다." (2016년 5월 29일 뉴스데스크 앵커)

    "1시간 도착 시간을 지키느라 공구 가방에 늘 컵라면을 싸가지고 다녔다는 김씨,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홀로 점검하다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온 19살 김모군.

    내일이면 꼭 4주기가 되는 날인데요.

    김군 사고 이후 2인1조 근무는 지켜지고 있을까요?

    김군과 같은 노동자들이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닐까요?

    다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오후 6시, 서해선 스크린도어 정비사 30대 김 모 씨의 야간근무가 시작됩니다.

    출근하자마자 출동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 모 씨/스크린도어 정비사]
    "PSD(스크린도어)에서 소리가 난다고 연락을 받아가지고… 운행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출동해서 현장 보고…"

    작업 시간은 다음 전동열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딱 13분.

    배전반과 기계장치를 조이고 풀길 여러 차례.

    더 이상 소음이 나지 않는지 스크린도어를 여닫으며 확인할 땐 선로 안쪽으로 몸이 빠지지 않을까 위태롭기까지 합니다.

    [김 모 씨/스크린도어 정비사]
    "작업을 하고 스크린도어가 안 닫힌 상태에서 열차가 지나갈 때가 있어요. 멀리 떨어져서 작업해도 돌 같은 게 튀어나올 수도 있고 불안하고요."

    그렇게 역사를 다니며 급한 작업을 처리하다보니 어느새 밤 8시 반.

    그제서야 편의점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웁니다.

    "(식사 시간이) 1시간 정도 늦었죠. 언제 또 호출이 들어올 지 모르니까 역 밖으로는 잘 안 나가고요. 간단하게…"

    다시 일을 나선 김씨가 향한 곳은 스크린도어가 아닌 지하철 화장실.

    바닥에 몸을 뉘인 채 세면대와 양변기 배관 상태를 정비합니다.

    여기에 펌프와 소화전이며 승강기에 환기 시설 점검까지 온갖 크고 작은 일들이 김씨의 몫입니다.

    [김 모 씨/스크린도어 정비사]
    "일을 맡고는 있지만 다 완벽하게 할 수는 없어요. 전문성 가진 일들을 다 모아놓기 때문에 임시방편으로, 언제 사고가 터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그래도 오늘은 운이 좋은 편.

    동료 1명과 함께 2인 1조로 작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해선 12개 역사에 정비사 정원은 15명 뿐.

    여기에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면 구의역 김군처럼 혼자 근무를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김 모 씨/스크린도어 정비사]
    "2인 1조는 사측도 노력은 하고 하는데, 승강기 갇힘 사고랑 PSD(스크린도어) 사고랑 같이 겹친 경우가 있었어요. 어쩔 수 없이 한 명은 (승강기에) 붙고 한 명은 이쪽(스크린도어) 해결하고…"

    밤 12시 열차는 멈춰섰지만 역사 마다 스크린도어를 다시 점검하고, 밀린 서류 작업까지 해야 합니다.

    어느새 날이 밝고 아침 8시, 퇴근시간이 되면 몸은 녹초가 됩니다.

    이렇게 일하지만 한달에 손에 쥐는 월급은 270만원 정도.

    [김 모 씨/스크린도어 정비사]
    "최저임금 살짝 넘기는 급여를 받고 2년, 3년 일해도 오르지 않는거죠. 기계실 같은 경우는 혼자 들어가게 되면 감전이 생겨서 기절을 해도 알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구의역 김군이 컵라면 하나 먹을 시간 없이 컴컴한 선로 안에서 혼자 근무하다 숨진 지 4년.

    지금도 전철역 곳곳에선 들어오는 열차를 봐줄 사람도 없이 혼자 근무하는 제2, 제3의 김군들이 많은 겁니다.

    특히 서해선과 서울 9호선, 김포선의 경우 2인 1조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위탁 업체 관계자]
    "교대 근무도 그렇고 휴무… 결원이 생기거나… 2인 1조가 안 지켜지는 경우 (나홀로 근무가) 한두 번 있을 수는 있어요. 그때는 다른 분야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2인 1조를 하라고…"

    더구나 화장실 배관 수리 같은 과욋일까지 떠맡도록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삽니다.

    [위탁 업체 관계자]
    "(스크린도어 점검 업무를) 별도로 해서 인력 운영 하기에는 낭비 요인이 심한 거죠. 같이 좀 하는 거고… 결원이 발생했는데 (인력 충원에) 최소한 3개월 정도는 걸리거든요."

    하청에 재하청, 재재하청까지 이어지는 다단계 인력구조의 맨 아랫쪽에서 구의역 김군이 했던 위험하고 고된 노동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MBC뉴스 김성현입니다.

    (영상취재: 이상용 / 영상편집: 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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