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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故 김재순…왜 홀로 파쇄기에 올라야 했나

노동자 故 김재순…왜 홀로 파쇄기에 올라야 했나
입력 2020-05-27 20:21 | 수정 2020-05-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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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난 금요일, 재활용 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청년, 김재순씨가 파쇄기에 몸이 끼여 숨졌습니다.

    중증의 지적 장애를 가진 이 청년은 칼날이 돌아가는 파쇄기 근처에서 혼자 일을 했고 안전 장치는 없었습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죽음은 노동 현장에 일상이지만 그 죽음을 엄하게 책임졌다는 사업주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우종훈 기잡니다.

    ◀ 리포트 ▶

    폐자재 재활용업체에서 숨진 피해자는 중증 지적 장애가 있었던 26살 청년 김재순 씨입니다.

    김씨는 본래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만 일하다 2018년부터 이 재활용업체에 들어갔는데,

    일이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주변에 자주 털어놨다고 합니다.

    [故 김재순 씨 지인]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일단 너무 늦게 끝나니까. 자기가 일 못하면 뭐라고 한대요."

    김 씨는 다른 일을 배우겠다며 1년만에 그만뒀다고 합니다.

    하지만 3개월 뒤 다시 돌아간 곳은 결국 이 업체였습니다.

    받아주는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故 김재순 씨 지인]
    "(김씨가) 자기가 혼잣말로 '아, 내가 장애인인데 그러니까 잘 모를 수도 있지 그걸로 성질내고' 그랬다고 합니다."

    중증지적장애가 있어 위험에 대한 인지능력이 부족한데도, 김씨는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파쇄업무를 계속했습니다.

    [재활용업체 관계자]
    "애가 그래도 참 착실하고 좋은 애입니다. 말이 없어요. 시키는 대로 하는 쪽이에요."

    회사측도 김 씨의 몸이 불편하다는 건 알았지만, 10인 규모의 영세사업장에서 장애에 대한 고려는 없었습니다.

    지원자가 많지 않은 업계 특성상 장애인과 외국인 등을 고용해 위험업무를 시키는 것이 흔한 일입니다.

    [재활용업체 관계자]
    "어찌 보면 장애인도, 거동 불편한 장애인도 계시면 채용해야 할 마당인데, 꼭 그런 것을 우리가 따지지는 않죠."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업무 현장을 점검해 위험한 업무에서 장애인을 제외시켜주는 제도가 있지만, 김 씨는 이마저도 혜택을 못봤습니다.

    당사자나 부모 또는 업체가 지원해야 점검이 시작되는데 누구도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이다보니 광주*전남의 장애인 8만 4천여 명 가운데 이런 지원을 받는 사람은 0.27%인 230여 명에 불과합니다.

    [정성주/광주 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그 제도를) 모르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월급 날, 홀로 고기 사먹는 게 유일한 사치였다던 김 씨.

    일손이 부족한 회사와 장애인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 속에 20대 청년은 또다시 일터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MBC뉴스 우종훈입니다.

    (영상취재: 김상배/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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