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코로나19 때문에 택배 물량이 급증했고 이 급증한 물량을 이른바 '로켓 배송'하려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건 역설적입니다.
지금도 어딘가의 물류센터는 하루 24시간, 멈춤 없이 돌아가고 있고 그 노동 현장이 얼마나 안전한지, 일을 하는 사람도, 시키는 사람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준희 기잡니다.
◀ 리포트 ▶
오늘 낮 서울 중구의 한 빌딩 앞.
안성의 쿠팡 물류센터로 가는 셔틀버스가 서 있습니다.
탑승자는 대부분 일용직 근로자.
부천 물류센터 집단감염 여파로 오늘은 평소의 3분의 1인 9명만 탔습니다.
[버스기사]
"그저께부터 (집단감염이) 문제가 되니까 어제부터 (탑승객이) 많이 줄었죠."
("원래 몇명 정도 탔어요?")
"보통 한 20~30명씩 타죠."
일하려는 사람이 줄면서 모집 공고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구인 사이트에서 '쿠팡 물류센터'라고 쓰고 하루 근무할 일자리를 찾자, 617건이 나옵니다.
문자로 내일 일할 수 있냐고 물으니 1분도 안 돼 가능하다는 답이 옵니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월 국내 택배 물량은 2억4천2백만 개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나 늘었습니다.
3월과 4월 역시 주문이 폭증하자, 물류업체들은 일용직 근로자들을 대거 끌어모았습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24시간 고된 노동을 하는 작업 환경.
감염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데도 방역 지침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A씨/쿠팡 물류센터 근무 경험자]
"마스크를 코 밑으로 내리는 사람들 꽤 있거든요."
("누가 그걸 제지하나요?")
"제지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아프면 쉬라는 생활방역 지침도 하루하루 생계가 급한 일용직에게는 의미가 없습니다.
[B씨/쿠팡 물류센터 근무 경험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까 쉰다고 얘기하기도 그렇고, 쉬는 이유가 전혀 중요하지 않으니까 불이익만 걱정이 되는 거죠. 일용직 입장에서는…"
여기에다, 이들이 여러 물류센터를 옮겨다니며 일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코로나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합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배송 폭증이 또다시 코로나19 확산을 부르는 아이러니한 상황.
정부는 다음달 1일까지 총 32개 물류센터에 대해 긴급 현장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 : 이창순 / 영상편집 : 이화영)
뉴스데스크
이준희
'초고속 배송' 뒤에는…일용직 '돌려막기'
'초고속 배송' 뒤에는…일용직 '돌려막기'
입력
2020-05-29 19:53
|
수정 2020-05-29 21:10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