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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50살 이상은 나가라"…어느 아파트의 경비원 고용법

[바로간다] "50살 이상은 나가라"…어느 아파트의 경비원 고용법
입력 2020-06-02 20:13 | 수정 2020-06-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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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조희형입니다.

    지난 달 서울 우이동 아파트 경비원 최희석 씨가 주민 갑질 논란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서울시가 공급한 청년 임대아파트에서, 납득이 되지 않는 경비원 '해고'가 있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40대는 남고, 50대는 나가라고 했다는 황당한 해고 통보였는데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현장으로 바로 가보겠습니다.

    서울 마포구 합정역 근처, '입주 환영' 현수막이 아직도 붙어있는 9백여세대의 신축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지난달 1일 경비원 6명을 고용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 4명이 입사 18일만에 갑자기 해고를 당했습니다.

    한 달도 안 됐는데 큰 잘못이라도 한 걸까.

    [경비원]
    "하여간 '5'자 들어가면 안 돼요."
    (40대만 남고요?)
    "네, 49세는 괜찮아요."

    해고 통보를 받은 또다른 경비원 최원길 씨.

    [최원길/해고 경비원]
    "해고는 5월 18날. (용역업체가) '내일이라도 그만두셔도 상관없습니다…'"

    이번에도 '5'라는 숫자가 문제였습니다.

    [최원길/해고 경비원]
    "(용역업체 말이) 40대까지는 절충을, 우리가 노력을 해서 40대까진 (일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50대인 여러분은 그만두길 바랍니다…"

    지난해 아내를 암으로 잃은 뒤 상경해 간신히 구한 일자리였는데 경비용역업체 팀장의 말 한 마디에 짐을 싸야했습니다.

    최원길 씨는 용역업체와 계약을 하는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다시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죄송합니다. 시행사가 젊은 분들로 교체를 원하시네요." 라는 두 문장이었습니다.

    [최원길/해고 경비원]
    "여기는 우리의 희망이었어요, 제 나름대로는.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한다는 건 가족들한테도 슬픔이고,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시행사에게 연락해봤습니다.

    그런 요구를 할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시행사 관계자]
    "얼굴 마주칠 일도 없는데, 누구를 잘라라 마라… 이름이 누군지 나이가 몇 살인지도 모르는데요."

    시행사에 책임을 돌렸던 관리사무소장을 찾아갔습니다.

    우선 한 달 일을 해보고 정식 계약을 하기로 한 거라 문제가 없다는 설명.

    나이를 문제 삼은 문자 메시지를 보낸 당사자이지만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아파트 관리소장]
    (50대 이상은 나갔으면 좋겠다. 시행사에서 젊은 사람을 선호한다…)
    "글쎄요. 그건 용역업체하고 한번 통화를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여기는 아예 그런 얘기를 하신 적이 없으세요? 관리사무소에서는요?)
    "네."

    마지막으로 용역업체 팀장을 만나봤습니다.

    '쉰 살이 넘은 사람은 나가라'는 말을 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나이 때문은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용역업체 보안팀장]
    "몇 분들이 나이 많은 분들이 통제도 안되고 저랑 싸움도 있었고… 표현을 잘못해서 그렇게 전달이 된 것 같습니다."

    해고된 경비원들은 아직도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합니다.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으로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된 곳이어서, 젊은 경비원을 원했던 것 같다고 그저 짐작만 할 뿐입니다.

    [최원길/해고경비원]
    "(용역업체 얘기가) 우리도 알 수 없는 곳에서 자꾸 '젊은 30대를 고용하라'고 하는데…"

    [경비원]
    "'청년임대주택'인데 나이 먹은 사람들이 여기와 있으면 청년들이 불편해진다 그래서… 누가 그런 얘기를 하는지…"

    50대가 물러간 자리는 50이 안 된 '젊은 경비원'들로 채워졌습니다.

    나이를 이유로 한 해고는 고령자 고용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강현호/노무사]
    "40대랑 50대를 나눠서 근로 조건에 있어서 차별을 뒀기 때문에, 이런 법 위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MBC의 취재가 시작되자, 용역업체는 최 씨에게 다른 아파트 경비 일을 소개해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 씨는 고심 끝에 자신이 겪은 일을 세상에 알리기로 했습니다.

    얼굴 공개도 허락했습니다.

    [최원길/해고 경비원]
    "내 나름대로 박스도 줍고 젊은 사람들이랑 어울리면서 뭔가 하고 싶었는데…"

    이제 최 씨는 다시 구직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최원길/해고 경비원]
    "신문 보고 전화하는데요. 다 구했습니까? 요새는 왜 이렇게 금방금방 구해집니까?"

    "예, 59세에요. 일은 열심히 할 수 있어요. 몸은 건강합니다."

    바로간다 조희형입니다.

    (영상취재: 김동세 윤병순 김백승 / 영상편집: 위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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