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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만의 참회…"이제 와서 사과하면 뭐하나"

33년 만의 참회…"이제 와서 사과하면 뭐하나"
입력 2020-06-09 19:57 | 수정 2020-06-09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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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고 숨진 이한열 열사,

    오늘 33주기 추모식이 열렸는데 민갑룡 경찰청장이 참석해 "참회한다"면서 유족을 향해 사과했습니다.

    이유경 기자입니다.

    ◀ 리포트 ▶

    1987년 6월 9일, 연세대 정문 앞.

    희뿌연 최루탄 연기 속에 쓰러진 한 청년이 부축을 받고 있습니다.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 이한열 군.

    경찰이 규정을 어기고 직사로 쏜 최루탄을 머리에 맞은 이 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둡니다.

    이 사건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낸 6.10 항쟁의 기폭제가 됐습니다.

    33년이 지난 오늘, 고 이한열 열사의 모교에서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민갑룡 경찰청장이 찾아왔습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앞에 선 경찰청장.

    [민갑룡/경찰청장]
    '너무 늦었습니다. 정말 저희도 참회합니다."

    [배은심/이한열 열사 어머니]
    "(명절 때마다) 좋은 선물을 주셔서 잘 받고 있고, 감사하다는 말씀도 못 드렸고 지금 드려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민 청장은 다시 한 번 깊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민갑룡/경찰청장]
    "저희가 참… 죄스러움을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께서 이렇게 마음 풀어주시니, 저희 그 마음 깊이 새기고 더 성찰하면서 더 좋은 경찰 되겠습니다."

    어머니는 경찰 최고 책임자의 사과가 고맙다고 했지만, 긴 세월 켜켜이 쌓인 응어리를 풀기엔 부족해 보였습니다.

    [배은심/이한열 열사 어머니]
    "애당초에 그런 것이 발발이 안 돼야지…지금에 와서 사과, 나는 그게 제일 싫은 사람이에요. 사과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

    [민갑룡/경찰청장]
    "그 아쉬움이, 그 한이 어찌 하루아침에 사라지겠습니까. 이한열 열사의 뜻을 잘 살펴서 그 뜻을 우리 모두가 함께 이어가는 것이 그 한과 아쉬움을 푸는 길 아니겠습니까?"

    경찰청장이 이한열 열사 유가족을 만나 직접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MBC뉴스 이유경입니다.

    (영상촬영 : 김두영 / 영상편집 : 조기범 / 화면제공 : 이한열 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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