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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대신 돈까스?"…농민 두 번 울린 '급식꾸러미'

"채소 대신 돈까스?"…농민 두 번 울린 '급식꾸러미'
입력 2020-06-10 20:36 | 수정 2020-06-1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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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학교 급식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을 돕기 위해서, 교육 당국과 지자체가 '친환경 농산물'을 집으로 보내주는 '급식 꾸러미'라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기도 에서는 급식용으로 재배한 농산물들이 밭에서 썩고 있다는데요.

    어찌 된 일인지 김세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양평의 한 비닐 하우스입니다.

    이번 달 수확할 예정이던 양상추들이 죄다 말라 비틀어져 썩어있고, 일부는 웃자라 꽃까지 피웠습니다.

    코로나로 판로가 막힌 급식 농산물을 가정으로 보내주는 '급식 꾸러미'용으로 키운 것들인데, 주문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밭에서 썩은 겁니다.

    이렇게 버린 양상추만 벌써 10톤이 넘었습니다.

    [공만석/급식 계약재배 농민]
    "화학비료나 농약 안 치고 열심히 기른 건데 출하를 못 하고 이렇게 나자빠지니까."

    인근에서 급식용 시금치를 납품하는 농가도 마찬가지.

    겨우내 애써 키운 시금치들을 뽑아버리고 있습니다.

    하우스 밖에는 석달간 내다 버려 쌓인 시금치가 8톤이 넘습니다.

    모두 급식 꾸러미 출하를 기다리다 말라죽은 겁니다.

    [심성보/급식 계약재배 농민]
    "저거는 이때까지 삭힌 거고, 이거는 갖다 버린지가 한 20일도 안 되는 거예요."

    급식 꾸러미 사업이 시작된 건 지난 4월말.

    전국 대부분 시도에서 학교 납품 친환경 농산물을 급식 꾸러미로 만들어 가정으로 배달하면서, 납품 농가들이 한숨을 돌렸습니다.

    문제는 경기도.

    농민들을 배려해 꾸러미에 채소가 포함되도록 적극적으로 신경쓴 다른 시도 교육청과 달리, 경기도 교육청은 이 문제를 전적으로 각 학교에 맡겼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선학교에서는 잘 상하는 신선 채소 대신, 쌀이나 돈까스처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급식식품만 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친환경 농산물 유통관계자]
    "학부모들이 학교급식에 들어가도 아욱이나 근대 이런 걸 먹겠어요? 그러니까 대부분 가공품이나 축산품 쪽으로 (꾸러미를) 구성해버리니까…"

    결국 경기도에서 집행될 169만개 급식 꾸러미 가운데, 급식용 신선채소가 들어간 꾸러미는 1만여 개.

    1%도 안 됩니다.

    급식용으로 계약재배한 농산물을 꾸러미 사업으로 해소해준다는 말을 듣고 재배했다가 선택이 안 돼 폐기한 농산물만 60억원 어치가 넘습니다.

    [공만석/급식 계약재배 농민]
    "아예 꾸러미가 안 된다 그랬으면 (다른 시장에) 내보냈을 텐데 '지금 학부모하고 협의 중이다', '조금만 기다리자' 이래서 마냥 기다렸던 게 결국은 이제 썩어서…"

    농민들은 폐기한 농산물에 대한 보상과 함께, 앞으로 꾸러미 사업을 할 때 급식 농가를 배려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기 교육청은 학교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원칙은 바뀔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MBC뉴스 김세진입니다.

    (영상취재 : 나경운 / 편집 : 함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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