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이재용 삼성 전자 부회장 관련 수사, 속보입니다.
삼성은 그동안 2015년 합병은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게 사업상 필요에 따라 결정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MBC가 검찰의 수사 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당시 삼성물산 이사들은 회사 손해가 뻔한 상황에서도 이 부회장을 위한 미래전략실의 지침대로, 꼭두각시처럼 움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먼저, 당시 이사회 앞두고 긴박했던 상황을 곽동건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석가탄신일 휴일이었던 2015년 5월 25일 새벽, 경기 김포시 제일모직의 대형 물류창고에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280억 원 규모의 큰 피해를 입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합병 결의 이사회를 열기로 했던 하루 전이었습니다.
제일모직의 자산가치 하락이 뻔히 우려돼 합병 비율 재조정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두 회사는 예정대로 합병을 전격 의결합니다.
[윤주화/제일모직 사장(2015년 5월 26일)]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의식주와 레저 그리고 바이오 분야의 글로벌 리딩 회사로…"
긴박했던 이사회 강행을 지시한 건 이재용 부회장 직속의 미래전략실이었습니다.
이사회 소집은 주식시장이 열리기 전인 아침 7시30분으로 잡혔고, 참석자들에게는 12시간 전인 전날 저녁에야 안건 등이 전화로 통보된 걸로 MBC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회사의 운명이 달린 합병 안건 처리를 앞두고 이사들의 충분한 안건 검토를 막으려 했던 걸로 보입니다.
급히 이사회를 연 삼성은 '합병을 통해 2020년까지 매출 60조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내부 평가자료를 내밀었습니다.
구체적 계획이나 수치같은 객관적 근거보다는 장밋빛 전망 위주의 청사진이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도 합병 비율에서 큰 손해가 우려됐던 삼성물산의 경영진 3명은 이사회 참석 내내 꿀 먹은 벙어리였습니다.
합병 비율 산정에 별다른 문제 제기도 없었고, 전날 제일모직 화재 사고에도 침묵을 지켰습니다.
합병 과정을 조율한 미래전략실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합병 비율 적정성 검토보고서'까지 만들어뒀지만 이사들에겐 비밀이었습니다.
군사작전 하듯 우여곡절 끝에 열린 이사회는 불과 1시간 만에 일사천리로 합병 안건을 승인했습니다.
MBC뉴스 곽동건입니다.
(영상편집 : 박병근)
뉴스데스크
곽동건
[단독] 제일모직 불났는데 다음 날 아침 '초고속 의결'
[단독] 제일모직 불났는데 다음 날 아침 '초고속 의결'
입력
2020-06-1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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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0-06-1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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