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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돕자는 급식꾸러미 보니…'대기업 선물 세트'?

농민 돕자는 급식꾸러미 보니…'대기업 선물 세트'?
입력 2020-06-11 20:29 | 수정 2020-06-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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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학교 급식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을 돕기 위해서 '친환경 농산물'을 집으로 보내주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경기도에선 학교들이 농산물 꾸러미를 택하지 않아서, 정작 채소들이 썩어가고 있다는 소식, 어제 전해 드렸죠.

    실제로 대기업의 햄과 라면으로만 이 꾸러미를 구성한 학교도 있었습니다.

    농림부가 이를 막으려고 경기도 교육청에 공문까지 보냈던 사실이 확인 됐습니다.

    김세진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용인시의 한 초등학교가 학생들 가정에 보낼 예정인 급식 꾸러미입니다.

    18개 식품 대부분이 참치캔과 햄, 라면 같은 대기업 가공식품.

    꾸러미 이름도 아예 '오뚜기 A세트'입니다.

    또 다른 초등학교는 농산물 대신 대기업에서 만든 에너지바 30개를 포함시켰습니다.

    이러다보니 정작 꾸러미에 들어가야 할 급식용 친환경 농산물들은 밭에서 썩고 있습니다.

    애써 키운 오이는 노지에 버려졌고..

    부추, 연근, 모두 마찬가집니다.

    [공만석/급식 계약재배 농민]
    "기다린 게 벌써 한 달이 넘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이 생물이 그냥 있나요. 다 이렇게 망가진 거지."

    결국 경기도 급식꾸러미 169만개 가운데 친환경 농산물이 들어간 건 단 1만7천여개 뿐.

    그런데 이런 상황은 예견돼 있었습니다.

    농림부는 경기도 교육청의 꾸러미 구성이 늦어지자, 지난달 21일 협조 공문을 보내,

    농민들이 어려움을 생각해, 당초 취지대로 급식용 친환경 농산물을 꾸러미에 넣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 교육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배송중 부패 우려 등도 이유였지만, 무엇보다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교육감의 철학 때문이었습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당정협의 (4월 27일)]
    "농민들을 위한 결의를 하더라도, 학교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어떤 여지는 좀 마련해야 되지 않을까.."

    반면, 대부분의 다른 시도 교육청들은 농민들의 생계가 달린 비상상황이라고 보고, 일괄적으로 급식 채소를 다량 넣은 꾸러미를 만들어 학부모들에게 보냈습니다.

    [다른 시도교육청 관계자/친환경 농산물 사용]
    "학교 급식용으로 납품되는 농산물을 소비해주자는 취지가 가장 컸기 때문에.. 농가 기반이 무너지는 위급한 상황(이었거든요)."

    농민들을 배려하지 않은 경기 교육청의 급식 꾸러미 보도에,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교육청은 원칙은 그대로 지켜나갈 것이며 농민 보상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세진입니다.

    (영상취재: 나경운 / 편집: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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