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앞서 보신 것처럼 이재용 부회장이 주재했던 합병 대책 회의에서 나왔던 방안들, 그룹 차원에서 일사불란하게 실행이 됐습니다.
지분 1% 미만의 개미 투자자 들까지 첩촉해서 합병 찬성 위임장을 긁어모았고,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불법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곽동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2015년 7월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를 사흘 앞둔 날, 삼성의 한 임원이 삼성물산 개인투자자의 집을 찾았습니다.
[삼성물산 임원(2015년 7월 14일)]
"(합병에) 찬성을 해주십사 부탁을 드리고 있습니다."
(저 분이 얼마나 갖고 계신데요?)
"2천5백주 갖고 계십니다."
합병에 반대한 외국 주주 엘리엣에 맞서 국익을 지키는 '애국'으로까지 표현됐던 당시 삼성의 긴박했던 행보들.
한 달 전인 6월 초 이재용 부회장이 주재한 골드만삭스와의 대책회의에서 계획된 것들로 MBC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미래전략실은 소액주주들의 찬성 위임장을 받아내는 데, 삼성증권의 전국 지점을 동원하기로 전격 결정합니다.
그러나 내부 법무팀조차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물론, 계열사 부당 지원 소지도 있다며 난색을 표했는데, 소용이 없었습니다.
삼성물산은 개인정보가 담긴 주주명부를 당사자 동의 없이 삼성증권에 넘겼고, 삼성증권은 이를 고객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연락처와 주소를 확보했습니다.
심지어 일반 상담전화를 가장해 합병 찬성을 권유하는 이른바 '위임장 콜센터'가 주주총회 당일까지 운영됐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미전실은 다른 증권사 11곳 등을 통해서도 위임장 확보에 나섰고, 그룹 내 계열사 임직원 중에도 물산 주주를 찾아내 인사 조직을 시켜 위임장을 받아냈습니다.
위임장 확보 실적을 매일 실시간 보고받은 이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는, 지속적으로 추가 확보를 독려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은 이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변호인단의 한 관계자는 MBC와의 통화에서 "골드만삭스와의 회의에서 합병 논의가 있었던 건 맞지만, 이 사건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며 "소액주주들의 찬성을 유도한 건 법에 따라 허용되는 범위였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보름 넘는 저인망식 작업 끝에 긁어 모은 '찬성' 위임장은 전체 지분의 3%가 넘었습니다.
찬반이 팽팽했던 운명의 주주총회 당일, 합병은 단 2.86% 차이로 승인됐습니다.
MBC뉴스 곽동건입니다.
(영상편집 : 이정근)
뉴스데스크
곽동건
[단독] "개미들도 긁어모아라…'위임장 콜센터'까지"
[단독] "개미들도 긁어모아라…'위임장 콜센터'까지"
입력
2020-06-12 20:01
|
수정 2020-06-1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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