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그젯밤, 도로를 달리던 한 시민이, 음주 운전으로 의심되는 차량을경찰에 신고 했습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추격전을 벌이던 경찰이 이 차량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빗길에 과속까지 하는 차량을 강제로 세우다가는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었다는게 경찰의 해명 인데요.
윤상문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4일 새벽, 경기도 평택의 한 도로.
한 SUV 차량이 비에 젖은 도로를 질주합니다.
전조등도, 후미등도 켜지 않았습니다.
잠시 뒤, 방향 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2차로로 끼어들다가 사고가 날 뻔합니다.
비틀비틀 '갈지자' 주행에 신호등 앞에서는 급정거를 하더니,
좌회전 차로에서는 그대로 직진해 '역주행' 사고를 낼 뻔했습니다.
한눈에 봐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이를 지켜본 뒷차량 운전자는 곧바로 신고했습니다.
[신고자]
"'음주 의심 차량이 보인다'고 (신고했습니다.) 차선 이탈을 너무 심하게 하고, 너무 위험하게 운전하는 게 너무 눈에 보여서 신고 접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홀로 음주 의심 차량 추격에 나섰습니다.
[신고자]
"그때 이제 눈치를 챘는지 (같은 구간을) 뱅글뱅글 돌았고요."
10여분쯤 뒤 도착한 세 대의 순찰차량.
한 씨는 안심하고 멀리서 순찰차들을 따라가며 검거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목격한 건, SUV 차량이 아닌 갈 길을 잃은 순찰차들이었습니다.
한 씨가 처음 문제의 차량을 발견한 곳에서부터 32km나 따라왔지만 경찰이 의심 차량을 놓쳐버린 겁니다.
[신고자]
"경찰 분들이 신호 위반을 할 때 따라가기 위해서 교차로에서나 사이렌 울리고, 정차 방송도 안 하고요."
차량이 시야에서 사라지면서 5분 가량 이어진 경찰의 추격은 결국 이곳 사거리에서 끝났습니다.
경찰은 SUV 차량을 놓친 것에 대해 2차 사고가 우려돼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도주 차량이 빗길에 신호 위반, 과속 등 난폭 운전을 하는 상황에서 강제로 차량을 세울 수 없었다는 설명.
[경찰 관계자]
"빗길이고, 우리 순찰차가 (시속) 90km 나오고 그 차는 한 (시속) 120~130km 달린 것 같아요."
단속에 불응하고 난폭하게 도주하는 만취 운전자를 현장에서 붙잡지 못하면, 제대로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음주 의심 차량이 도주하더라도 현행법상 도주 자체를 처벌할 규정도 없고 난폭 운전의 처벌 수위가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 운전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취 운전자들은 경찰 단속에 응하지 않고 도망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찰은 차적을 조회해 도주 운전자 41살 이 모씨의 인적사항은 확인했지만 이틀 뒤에야 소환했습니다.
그리고 막걸리 한 주전자를 마시고 운전했다는 진술을 확보는 했습니다.
경찰은 뒤늦게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 정민환 / 영상편집: 김정은)
뉴스데스크
윤상문
[단독] 음주차량 찾아준 시민…놓치고 길 헤맨 경찰
[단독] 음주차량 찾아준 시민…놓치고 길 헤맨 경찰
입력
2020-06-16 20:29
|
수정 2020-06-1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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