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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김성현, 김아영

뙤약볕에 마스크…노동자들이 쓰러진다

뙤약볕에 마스크…노동자들이 쓰러진다
입력 2020-06-17 20:28 | 수정 2020-06-1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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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제 겨우 6월 중순인데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다 보니 올 여름, 또 어떻게 지낼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그런데 이런 날씨에도 하루 종일 바깥에서 일을 해야 하는 분들, 정말 많으시죠.

    폭염 속에서 열사병 등으로 산재를 입은 이른바 '야외 노동자'가 지난 6년 동안 백 쉰 여덟명, 심지어 사망자도 스물 일곱명이나 있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마스크까지 끼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김성현, 김아영 두 기자가 현장을 돌아 봤습니다.

    ◀ 리포트 ▶

    눈을 찌를 듯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거리.

    하수도관이 막혔다는 신고에 긴급 출동한 작업반이 관내 진입을 시도합니다.

    "무너져가지고 흙으로 막혀있는 상태거든요. (지상에서) 빗물이 들어가도 (지하 배수관으로) 안 나오는 거죠."

    악취와 부유물에 피부도 보호해야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관을 따라 전파될 수도 있어 마치 갑옷처럼 작업복을 입고 또 입습니다.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도 예외가 아닙니다.

    저는 양복 위에 방진복, 방진복 위에 어부장화까지 3중의 작업복을 입고 있는데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덥습니다.

    안에는 얼마나 더 더울지 직접 들어가 보겠습니다.

    갯벌처럼 질퍽질퍽한 바닥.

    둥둥 떠내려오는 오·폐수에 각종 부유물까지.

    발이 푹푹 빠져 한 발 떼기조차 쉽지 않고, 악취가 코를 찔러 머리가 아플 정돕니다.

    지하 2미터 깊이 하수도입니다. 매우 덥고요. 습도도 아주 높은 상태입니다. 이렇게 하수가 계속 흘러나오는 가운데 작업자들은 허리 한번 못 펴고 이렇게 10여 분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하 기온은 31도.

    그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건 76%에 이르는 습돕니다.

    마치 습식 사우나 같습니다.

    [김상훈/구청 하수도 정비 작업반장]
    "습도가 올라가면 방수 재질이기 때문에 땀이 외부로 배출이 안 돼요. 체온이 엄청나게 올라가겠죠? 쓰러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열사병?"

    바람이 좀 통하는 지상이라도 덥긴 마찬가지.

    깨진 맨홀 상판은 두 사람이 들기에 무겁기도 하지만,

    "놔봐. 놔봐. 제가 놓을게요. 손 조심해요. 아, 덥다."

    햇볕에 이미 달아오를대로 달아올라 손으로 잡기가 무서울 정돕니다.

    지면 온도는 47도.

    모래까지 채워 넣다 보면 손이 타들어 가는 듯합니다.

    [김상훈/구청 하수도 정비 작업반장]
    "(손잡이 없는) 뜨거운 커피잔을 바로 잡는 정도? 항상 해야 하는 일이니까 참고 해야죠."

    한여름 35도가 넘으면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작업을 중지하고 1시간에 10분씩 쉬라는 지침은 있습니다.

    하지만 일이 몰리다 보면 다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김상훈/구청 하수도 정비 작업반장]
    "민원 사항들이 있거든요. 저희가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가 있어요. 못 지켜지는 경우도 있다고.."

    이렇게 뜨거운 환경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만 지난 6년간 27명에 이릅니다.

    그나마 산재 판정을 받은 사람들만이니까, 실제론 훨씬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올여름엔 복병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계속해서 김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직사광선이 정면으로 내리쬐는 오후 2시,

    오후 예초 작업을 준비하는 심명준 씨는 챙겨 입을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보안경을 끼고 안전모를 쓰고, 얼굴엔 두건을 두른 뒤 몸을 굽혀 무릎에 보호대를 찹니다.

    팔에는 토시로도 모자라 두꺼운 장갑까지 끼고, 여기에 고무 앞치마까지 두르자 조금만 움직여도 벌써 숨이 차오릅니다.

    [심명준/서울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
    "실질적으로 여름같은 경우는 사실 그냥 지금도 이렇게 있으려고 하면 덥죠."

    그런데 올 여름엔 여기에 하나가 더 늘었습니다.

    방역 수칙에 따라 안에 마스크를 쓴 채 두건을 둘러야 하는 겁니다.

    [심명준/서울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
    "안이 이제 끈적끈적해요. 좀 있다가 토시 벗고 (무릎보호대)이걸 벗으면 땀이.."

    얼마나 더운지, 취재진이 똑같이 복장을 갖춰 입어봤습니다.

    작업도 고됐지만, 등에 맨 기계에서 열기까지 나와 순식간에 온 몸에 땀방울이 맺혔습니다.

    마스크와 두건을 이중으로 착용하면서, 숨 쉬기도 힘들었습니다.

    지금 이 곳의 기온은 28도 정도인데요, 제가 복장을 갖춰입고 작업을 시작한 지 10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옷이 땀에 축축하게 젖은 게 느껴집니다.

    이처럼 숨 막히는 노동을 계속할 경우 사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물론입니다.

    [이재갑/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더울 때 극심한 노동을 하게 되면 마스크를 쓰고 일하게 되면 호흡곤란이라든지 이산화탄소 농도가 혈액에서 올라가게 되면 어지럽다든지 실신할 수도 있거든요"

    지난 9일 당진 현대제철소에선 실제 40도가 넘는 데서 마스크를 지닌 채 작업하던 A씨가 숨지기도 했습니다.

    [서현수/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노안부장]
    "숨이 좀 턱턱 막히죠. 숨은 쉬어지는데 원활하게 쉬어지는 게 아니고 후 이렇게 이런 식으로.."

    기상청은 올 여름 폭염 일수가 25일에 이르는등 더위가 유난할 걸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외 노동자들의 마스크 착용 지침은 아직 나온 게 없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마스크를 쓰고 두건까지 쓴다면 호흡기 문제가 있는 분들은 위험할 수 있다"며 관련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아영입니다.

    (영상취재: 김동세 / 영상편집: 김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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