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한국 전쟁 당시 생명을 구해준 인연의 두 노병이 다시 만났습니다.
한 명이 병상에 누워 있어서 직접 만날 순 없었지만 AR 영상을 통해서 아쉬움을 대신 했습니다.
박선하 기자가 만남의 순간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97살 채규락 할아버지와 90살의 이근엽 할아버지.
마치 대화를 나누는 듯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AR 증강현실로 만든 가상 만남입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70년 전 한국전쟁에서 시작됐습니다.
[채규락/한국전쟁 참전용사]
"포가 비오듯이 소낙비와 같이 쏟아지는거야. 밤새도록… 시체가 전부 다 분해돼서 스펀지 위를 걸어가는 것처럼 말이야. 푹신푹신해서…"
휴전을 불과 2주일 앞둔 1953년 7월 13일 김화지구 전투 중공군의 기습을 모르고 막사에서 명령을 기다리며 대기중이던 당시 채규락 대위를 후퇴하던 국군 한명이 뛰어와 구한 겁니다.
[채규락/한국전쟁 참전용사]
"(한 사병이) 문을 열어 젖히면서 "적이 들어왔다!"하고서는 도망을 가는거예요. 내가 "누구야?" 그러니까 "1대대 이근엽이다"
채 할아버지는 '이근엽' 이름 석자만을 갖고 60년 넘게 생명의 은인을 수소문했고, 마침내 지난 2016년 재회했습니다.
[이근엽/한국전쟁 참전용사]
"(66년간이나) 자녀를 시켜서 자기를 구해준 '그 이중사라는 사람을 찾아보라'."
하지만 이근엽 할아버지가 최근 병상에 누우며 이들의 만남이 어려워졌고, 이런 사정을 알게 된 한 통신사가 가상 현실, AR기술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미리 촬영해 둔 이근엽 할아버지의 영상을 채 할아버지의 영상에 덧입혀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채규락/한국전쟁 참전용사]
"(정말로)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네. 실제 이렇게 아주 만난 것 같아요."
[권명진/LGU+ 홍보팀장]
"(참전용사들이)여러 사정때문에 못 만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런분들이 정말 전우를 마치 옆에 계신것처럼 생생하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방식의 공연과 쇼핑, 운동에 사용되는 AR 기술이 사람들의 인연을 이어주는 따뜻한 기술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선하입니다.
(영상취재: 황성희 / 영상편집: 김현국 / 화면제공: LGU+)
뉴스데스크
박선하
아흔 노병들의 특별한 만남…"함께 있는 것처럼"
아흔 노병들의 특별한 만남…"함께 있는 것처럼"
입력
2020-06-22 20:36
|
수정 2020-06-22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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