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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내려가니 장애인 내쫓자"…재건축이 뭐기에

"집값 내려가니 장애인 내쫓자"…재건축이 뭐기에
입력 2020-06-23 20:22 | 수정 2020-06-2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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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장애인들을 위한 공동 생활시설이 입주해 있는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장애인들을 내쫓자는 벽보가 붙었습니다.

    장애인 세대들이 재건축 추진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인데, 어찌된 사정 인지 윤영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모두 18세대로 구성된 이 아파트 2층과 10층에는 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공동생활가정이 있습니다.

    대구 동구청이 1억 7천여만 원씩을 주고 사들인 아파트 2채에, 보호시설을 퇴소해 자립하려는 지적 장애인 2명씩 각각 생활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 아파트 입구에 붙은 벽보입니다.

    집값이 떨어진다면서 장애인 세대에게 철수, 그러니까 나가달라고 요구합니다.

    또다른 벽보엔 시끄러워 못 살겠으니 구청 장애인 전담 부서에 항의 전화를 하라는, 주민들을 선동하는 글도 붙어있습니다.

    [대구 동구청 관계자]
    "거기(장애인 자립주택) 소유가 우리(동구청) 쪽으로 되어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벽보를 붙인 사람은 아파트 입주민 대표.

    재건축 추진을 위한 주민동의서에 장애인 세대 2곳이 서명하지 않자 이런 글을 써붙였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입주민들은 아파트 소유주가 아니어서 재건축 추진에 동의할 권한 자체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재건축 찬성을 요구하면서, 만약 반대한다면 나가달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권수진/다릿돌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사실 지금 여기서 어디로 나가야 한다면 그냥 길거리에 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게다가 이 아파트는 2002년에 준공돼 재건축 대상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재건축을 추진하는 걸까?

    확인해봤더니, 인근의 40년된 아파트가 재건축 절차를 본격화하자, 덩달아 추진에 나선 상황이었습니다.

    장애인 자립주택이 마찰을 빚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 아파트 말고도 장애인들이 입주해 있는 다른 공동주택에선 일부 주민들의 거부감이 심해, 중증 장애인의 입주가 좌절된 아파트가 있는가 하면,

    또다른 곳에선 해당 구청이 주민들의 반발에 못이겨 결국 장애인 자립주택을 팔아버리기도 했습니다.

    [조민제/장애인 지역공동체 사무국장]
    "이렇게 반대하고 장애인을 혐오하고 차별한다면 장애인들은 결국은 지역사회에서 살지 못하는 상황이 되겠죠."

    주민들의 주장과 달리, 장애인들이 입주해 살기 시작한 이후로 실제로 아파트 값이 떨어진 적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파트에 붙었던 벽보는 장애인 단체가 항의한 직후 모두 사라졌습니다.

    MBC뉴스 윤영균입니다.

    (영상취재: 이승준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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