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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세 종군화가가 새겨넣은 '전쟁의 참상'

104세 종군화가가 새겨넣은 '전쟁의 참상'
입력 2020-06-23 20:34 | 수정 2020-06-2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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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한국 전쟁의 비극은 종군 화가들의 그림을 통해서도 남겨졌습니다.

    예술이 아닌 이념으로 평가를 받으면서 남북 양쪽으로부터 버림받은 예술가들도 있었습니다.

    김미희 기자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철조망 사이로 갓난아기를 업고 눈물을 훔치는 여인.

    총칼을 든 헌병은 한국전쟁이 강요된 비극임을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수정/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조선 분단의 비극'이라는 제목으로 작품이 구성되었는데요. 정말로 생생하게 그 장면을 담아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절망 속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의 행렬.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시체들.

    K 아트의 거장 김환기, 비운의 천재 이중섭, 장욱진, 이응노까지.

    한국 현대 미술사의 대표적 화가 50여 명이 당시 6.25 종군 화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첨예한 이데올로기의 전장에서 그림이 중요한 심리전 수단으로 이용됐습니다.

    가난한 예술가들은 당장 살기 위해, 사상을 의심받는 월남 작가들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종군을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김병기 화백(104살)/전 국방부 종군화가단 부단장]
    "종군이라는 말 자체가 예술가답지 않아요. 그러나 그 때는 그럴 수 밖에 없어요. "

    한국 추상 미술의 거두이자 한국 미술의 산증인 김병기 화백은 잔혹했던 전쟁의 잔상을 평생에 걸쳐 그의 작품 곳곳에 오롯이 새겨넣었습니다.

    [김병기 화백]
    "나중에는 현실 비판적인 그림을 그렸어요. 나는 현실주의자니까.(미술은) 현실성을 담는 하나의 정신성이다.."

    전쟁은 예술가들의 운명도 갈랐습니다.

    천재화가 이쾌대는 북한이 서울을 점령한 시기 김일성의 초상화를 그린 뒤 끝내 북한을 선택했고 당시 소련 국적으로 종군 화가로 활약했던 변원룡 역시 남과 북 양쪽으로부터 외면받았습니다.

    [정준모/미술 평론가]
    "전쟁이라는 비극으로 인해서 많은 작가들이 좋은 예술적 성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발현하지 못하고 이내 스러져버린..그런 점에서는 참 애석하다고."

    전쟁의 허세와 증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시기,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경험한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더 깊게 울립니다.

    [김병기 화백]
    "적이 아니에요. 우리 형제지. 우리도 죽고 북한도 죽어요. 전쟁하면 안돼요."

    MBC뉴스 김미희입니다.

    (자료제공: 국립현대미술관, 환기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가나아트센터 / 영상취재: 이향진, 이창순 / 영상편집: 양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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