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오늘 열린 수요 집회는 28년 만에 처음으로 장소를 옮겨서 진행됐습니다.
극우 단체가 집회 신고를 먼저 하면서 장소를 선점한 탓인데요.
행여 이들한테 소녀상이 훼손될까봐 일부 청년, 대학생들은 이 빗속에 자기 몸과 소녀상을 밧줄로 묶고 지켰습니다.
양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오늘 낮 12시, 서울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앞.
지난 주까지 수요시위가 진행됐던 옛 일본대사관으로부터 10미터 정도 떨어진 이곳에서 1,445번째 수요시위가 열렸습니다.
1992년 1월 8일, 수요시위가 처음 열린 이후 이렇게 장소가 바뀐 건 28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나영/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제 '평화의 소녀상'을 가운데 두고 다가갈 수 없는 슬픔의 협곡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1,445번째 수요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소녀상 앞에서는 극우단체 '자유연대'가 정의연 해체와 소녀상 폐지 등을 주장하며 집회를 이어갔습니다.
[자유연대]
"윤미향 사퇴! 정의연 해산!"
28년간 수요시위가 열렸던,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옛 일본대사관 앞은 '자유연대'가 차지했습니다.
자유연대가 먼저 집회 신고를 해 장소를 선점한 기간은 오늘 0시부터 7월 24일까지입니다.
정의기억연대는 피해 생존자의 고통과 아픔이 서려 있는 자리를 빼앗겼지만 수요시위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나영/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이 자리에 있겠습니다. 그것이 힘겹게 세상에 나와 역사적 진실을 위해 싸우다 고인이 되신 피해자들의 유지이기 때문입니다."
서울 종로구청은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경찰에 '공공조형물 보호'를 요청했습니다.
청년·대학생 단체 회원 20여 명도 극우단체의 소녀상 훼손을 막기 위해 빗속에서도 밧줄로 소녀상에 몸을 묶고 이틀째 농성을 이어갔습니다.
또 다른 청년들은 '일본은 사죄하고 배상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 등을 들고 힘을 보탰습니다.
[현다은/대학생]
"수요시위가 30년 동안 지켜졌고 전쟁과 성폭력 없는 사회를 위해서 많은 분들이 함께 연대해주셨는데 그 뜻이 너무 폄훼되고 왜곡되고 있는 것 같아서…"
오늘 현장에는 충돌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 경찰 4백여 명이 투입됐지만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양소연입니다.
(영상취재: 김재현 / 영상편집: 김하은)
뉴스데스크
양소연
28년 만에 빼앗긴 자리…"밧줄로 소녀상 지킨다"
28년 만에 빼앗긴 자리…"밧줄로 소녀상 지킨다"
입력
2020-06-24 20:08
|
수정 2020-06-2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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