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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고문 안기부 수사관…34년 만에 단죄했지만

'간첩' 고문 안기부 수사관…34년 만에 단죄했지만
입력 2020-06-25 20:05 | 수정 2020-06-2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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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전두환 정권 시절, 평범한 20대 청년을 모진 고문 끝에 간첩으로 내몰고 법정에 나와서는 고문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던 옛 안기부 직원에 대해서 법원이 위증죄로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곧바로 구속시켰습니다.

    고문 가해자가 34년 만에 처벌을 받게 됐지만 안타깝게도 피해자는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정인 기잡니다.

    ◀ 리포트 ▶

    지난 1986년 겨울, 27살이었던 심진구 씨는 집 앞에서 붙잡혀 국가안전기획부로 끌려갔습니다.

    [심진구/고문 피해자 (2005년 국회 기자회견)]
    "불법 체포해서 온몸을 발가 벗겨서… 이 남산 안기부… 제가 어제 밤을 꼬박 새웠습니다. 이것이 남산 안기부의 지하 측면도입니다."

    온 몸을 얻어맞고, 목이 졸리고, 말 못할 고문까지 당하는 사이, 평범한 20대 청년에게는 간첩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심진구/고문 피해자 (2005년 국회 기자회견)]
    "10여차례 피를 닦은 샤워장입니다. 13일간 고문을 당하고 있는데 이렇게 피투성이가 됐습니다. 이 심문 조서를 몽둥이로 맞아가면서…"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받았던 징역형은 24년 만의 재심 끝에 무죄가 인정됐습니다.

    하지만 심 씨를 고문했던 안기부 수사관 구 모 씨는 법정에서도 끝끝내 발뺌했습니다.

    [고 심진구 씨 유족]
    "(고문 과정에서 '간)첩인 것을 불어라, 그래야 내가 1계급이 특진이 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는 거예요) '저는 인텔리적인 공무원이었기 떄문에, 고문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법원은 어제 고문 가해자 구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고문 행위는 처벌할 수 있는 시효가 지났고, '고문은 안했다'는 법정 거짓 진술이 '위증죄'로 인정된 겁니다.

    재판부는 "피해자 유족에 진실 어린 마음으로 참회하라"고 당부했지만, 구 씨는 판결에 반발해 항소했습니다.

    [이명춘/변호사]
    "안기부는 간첩 조작이나 이런 일을 많이 했음에도 안 드러났어요. 소문만 파다했는데 / 법원이 (안기부에서) 고문이 있었다는 걸 처음 인정한 사건이 된 거예요."

    고문 피해 35년 만에 가해자에게 처벌이 내려졌지만, 피해자는 이미 6년 전 병으로 숨졌습니다.

    [고 심진구 씨 유족]
    "(아기 아빠가) 살아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돌아가시면서도 눈을 못 감고… 감겨도 자꾸 뜨고… 잔혹한 고문을 하고도 그 사람(가해자)들은 부귀영화를 누려가면서 이 세상을 활보하고 지금 이 순간까지…"

    MBC뉴스 김정인입니다.

    (영상취재 : 이상용 영상편집 :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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