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이번에는 추락사한 이들의 연령, 채용 형태, 국적을 분석해 봤습니다.
예상 가능한대로 희생자를 설명할 때 하청 업체, 일용직, 외국인 이라는 식어가 많습니다.
경제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이 더 높은 곳에서 더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이어서 백승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추락사>
2017년 390명
2018년 388명
2019년 358명
거의 매일 한 명씩 일하다 떨어집니다.
그리고 2020년…
서울 강남 한복판의 11층짜리 빌딩 공사 현장.
한 달 전, 50대 노동자 김 모씨가 공사장 한쪽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건설사 관계자 A]
"모자(안전모)는 이렇게 있었어요. 모자는 떨어져서 저기 있더라고요. 떨어지면서 벗겨진 것 같아요."
병원에 옮겨졌지만 곧 숨졌고, 현장엔 공구통과 작업도구만 남았습니다.
윗층에서 벽에 붙어있던 자재를 혼자 뜯어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건설사 관계자 A]
"이거 떼러왔거든요. 이거 좀 모자라니까. 이거 떼러왔다가 추락한 거예요. 보니까."
건물 밖으로 몸을 내밀고 일하다 8층에서 5층으로 떨어졌다는 건데, 안전벨트를 몸에 차긴 했지만, 사망자 본인이 이렇게 고리를 걸지 않았다는 게 건설사 주장입니다.
[건설사 관계자 B]
"안전벨트 왜 안 걸고, 계속적으로 지시하고 통제하고 했어야 했는데, 그런데 그렇게 만날 얘기한다해도 버퍼링이죠."
하지만 사고 현장에선 안전벨트 고리를 걸만한 데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있어야 할 추락 위험 표시도 없었고, 추락방지그물도 없었습니다.
[건설사 관계자 A]
"보면 아시겠지만 재수 없어서 그런 거예요."
재수 없어 죽은 노동자는 하청업체 소속 중국동포였습니다.
이렇게 목숨과 임금을 맞바꾼 1,136명은 누굴까요?
추락 사고 현장을 담은 사진들입니다.
쓰고 있던 안경이나 벗겨진 신발도 있고요.
손때 묻은 작업도구도 있습니다.
생사가 갈리는 순간까지 함께 한 안전모가 가장 많이 보입니다.
찌그러졌거나, 깨져 갈라진 틈을 보면 추락 당시 고통이 짐작됩니다.
이제는 유품이 된 이 안전모의 주인은 31살 송현준 씨.
송 씨 같은 이삼십대 청년노동자는 예순명이 넘습니다.
[송긍식/故 송현준 아버지]
"팔팔한 놈이 하루 아침에 죽어서 와야 되냐고 이게 세상이냐, 이게 나라냐."
건설 현장에선 사망자 태반이 하청업체 소속이었습니다.
1층에서 지하 6층으로 떨어져 숨진 58살 최 모씨도 하청노동자였습니다.
하루 일당 일이십만 원에 목숨을 내놓은 일용직은 너무 많습니다.
모두 786명.
일용직 57살 양 모씨도 공장 지붕을 수리하다 12m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추락방지그물에 걸려 가까스로 구조됐다 사흘 뒤 병원에서 사망한 50살 이 모씨는 중국동포입니다.
80명 넘는 외국인노동자가 이렇게 일하다 떨어졌습니다.
[류현철/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위험이 가장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자신의 의사 표명을 하기 힘들거나 소외돼있는 계층들이 많이 갖고 가게 되는 구조라는 거예요."
[김미숙/故 김용균 어머니]
"우리는 여전히 위험을 용균이처럼 하청업체나 일용직 노동자, 외국인들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김용균법이 무기력합니다."
올해 들어서도 91명이 떨어져 숨졌습니다.
사람이, 또 떨어집니다.
MBC뉴스 백승우입니다.
인터랙티브
* MBC 기획취재팀 [사람이, 또 떨어진다] 추락사 1136 추적보도
http://imnews.imbc.com/newszoomin/groupnews/groupnews_13/index_day1.html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뉴스데스크
백승우
[추락사②] "재수가 없어서 죽었다고?" 과연 그들의 탓일까
[추락사②] "재수가 없어서 죽었다고?" 과연 그들의 탓일까
입력
2020-06-29 20:12
|
수정 2020-06-2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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