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작년 6월 30일, 남북미 세 정상이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을 한 바로 다음날, 일본은 일방적으로 한국에 수출 규제를 가합니다.
꼭 1년 전 오늘입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였지만 왜 이날이었을까, 따져보면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 위한 속내가 읽힙니다.
볼턴의 회고록만 봐도 아베 총리가 북미 관계 개선을 필사적으로 막기 위한 언행이 생생하게 나옵니다.
이런 아베의 일본과 우리는 과연 어떤 관계가 설정 가능하고, 설정해야 할까요.
먼저, 한반도 평화의 기운이 차오르던 그 시기, 아베는 뭘 했는지 박진주 기자가 짚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2018년 4월 미·일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 현실화되자 일본이 급히 요청해 만들어진 자리였습니다.
[아베 신조/일본 총리(2018년 4월 18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 미사일 폐기를 위해 미국과 인식을 같이 하고 싶습니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이때 아베가 북한은 미국이 최대의 압박과 압도적 군사 위협을 가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며 자신의 지론과 같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회담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의 기대와 달리, 한반도 종전 선언에 큰 기대를 내비칩니다.
축복이란 말을 3번이나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2018년 4월18일)]
"남북이 전쟁의 종식을 논의하는 걸 축복합니다. 그런 남북을 축복합니다. 그 문제를 논의하는 남북을 축복합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은 한차례 취소됩니다.
그러자 외국 정상 중 처음으로 아베 총리가 취소에 대한 입장을 밝힙니다.
[아베 신조/일본 총리(2018년 5월 25일)]
"(미국의 판단을) 존중하고 지지합니다. 중요한 것은 북핵, 미사일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본인) 납치 문제의 실질적 진전 기회가 되는 회담이 되어야…"
그런데 북미회담 일정이 6월 12일 싱가포르로 다시 잡힙니다.
6월 7일 아베는 워싱턴으로 날아가 다시 대북 제재를 강조합니다.
다음날 캐나다에서 G7회의가 열려 트럼프를 만나는데도 하루를 못 기다린 겁니다.
[하종문/한신대 일본학과 교수]
"일본 보수로 보면 악몽이거든요. 남북이 만나서 정상회담을 하고 거기에 트럼프 대통령까지 끼어드는 것은 아베 수상으로서는 무슨 수를 써서든 저지하고 싶은 최악의 상황인 거죠."
볼턴의 회고에 따르면, 워싱턴에 온 아베는 트럼프에게 "북한은 자신의 체제를 지키는데 목숨을 걸었다"며 "거칠고 약삭빠른 북한에 양보를 해선 안 된다"고 설득했습니다.
이런 여파에선지 결국 싱가포르 회담 공동성명에는 종전 선언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다음해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회담은 아예 결렬됐습니다.
[아베 신조/일본 총리(2019년 2월)]
"안이한 양보를 하지 않고 북한에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해나간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일본은 전면적으로 지지합니다."
볼턴은 이때 아베가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트럼프를 치켜세웠다고 기억했습니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뒤 아베는 트럼프를 국빈으로 초대해 3박 4일 동안 극진히 대접하며 미일동맹을 과시했습니다.
아베의 북미 이간질이 얼만큼 사실인지 확인할 순 없습니다.
다만 볼턴 스스로 한반도 정책에 온갖 훼방을 놓은 걸 얼마나 자랑스러워 했고, 그리고 일본을 든든한 동맹으로 생각했단 점은 회고록의 일관된 주제입니다.
[이영채/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
미일 협력 구도 속에서 어떻게 보면 볼턴을 통해서 한반도 프로세스를 방해하고 있는 일본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전될수록 강화되는 미일 보수 동맹, 볼턴의 회고록은 이런 구조를 명확하게 보여줬다는 분석입니다.
MBC 뉴스 박진주입니다.
(영상편집 : 박병근)
뉴스데스크
박진주
"한반도 평화는 안 돼"…아베의 이간질
"한반도 평화는 안 돼"…아베의 이간질
입력
2020-07-01 20:56
|
수정 2020-07-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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