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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사⑥] 원숭이 작업?…사다리도 없이 곡예하는 노동자들

[추락사⑥] 원숭이 작업?…사다리도 없이 곡예하는 노동자들
입력 2020-07-01 21:04 | 수정 2020-07-01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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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우리 기업이 노동자를 어떻게 여기는지는 저희들이 확인한 최근 3년 동안의 추락 사망 사고 천백열한 건에 대한 사고 조사 보고서 그리고 판결문에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윤을 위해 안전은 외면됐고, 노동자는 그저 언제든 교체할 수 있는 부품쯤으로 여겨졌습니다.

    이어서 김세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인천의 한 공사 현장.

    한 노동자가 2층 높이에서 몸을 숙여 건설자재를 내려놓습니다.

    걷는 자세도 위태위태합니다.

    또다른 철거 현장에선 노동자들이 쇠파이프에 매달려 한창 작업 중입니다.

    한 명은 4층, 또다른 한 명은 5층 높이입니다.

    추락방지그물도 없습니다.

    이른바 '원숭이 작업'입니다.

    [박성호/건설노조 경인지부]
    "다리를 파이프에 감아가지고 작업하다 보면 그 모습이 원숭이 같다고 해서 '원숭이 작업'이라고 하는데 소규모 업체에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생명, 안전이란 가치보다 이윤을 맨 앞에 내세운 기업의 민낯은 사고조사보고서와 판결문 곳곳에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금전적 손실만 생각해" "노동자 안전은 생각하지 않았고" "추락 위험이 있더라도" "비용 문제로 안전시설물은 설치하지 않거나" "생략"했습니다.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 안전 작업 절차도 대수롭지 않게 어겼습니다.

    오로지 "최대 이익 창출"에 열을 올렸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위험과 임금을 맞바꿀 노동자는 얼마든지 있는 겁니다.

    인천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공사 현장.

    작업발판도 없이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쇠파이프에 올라선 채 일하고 있습니다.

    [건설노동자 A]
    "저 안에 보면 전부 다 발판 없잖아. <위험하다고 생각은 안 하세요?> 위험하다고 생각은 하지."

    [건설 노동자 B]
    "발판 자체를 안 깔아주니까 어쩔 수 없어서 그렇죠. 일을 해야 되니까…"

    사다리가 없어도 쉽게 올라갈 정도로 이젠 요령이 생겼습니다.

    [건설노동자 C]
    <어떻게 올라갑니까, 올라갈 때. 사다리 없으면 어떻게 올라갑니까? 아, 그렇게 올라갑니까?>

    사망 사고가 난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빨리빨리, 속도전으로 내몰았습니다.

    "급박하게" "빠르게", "무리하게"라도 "공기,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서둘렀습니다.

    그러는 사이 사람이, 또 떨어졌습니다.

    이 아파트형 공장 건설 현장에선 석 달 사이 3명이 떨어지거나 끼여서 목숨을 잃고, 12명이 다쳤습니다.

    안전 교육도, 안전 점검도 없이 노동자들을 24시간 2교대로 돌리며 공사를 재촉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곧 돈입니다.

    [건설노동자 D]
    "(안전장치를 갖추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금전 문제도 그렇고 모든 게 안 되니까. 대충대충 넘어가면, 근로자만 안 다치면 되니까 (빨리 일을 시켜요.)"

    판결문은 기업들이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가벼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재범을 용인하는 것이다, 형사적 비용보다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정도로 엄벌해야 한다는 게 판결문이 내놓은 해법입니다.

    MBC뉴스 김세로입니다.

    (영상취재: 한재훈 / 영상편집: 문명배 / 그래픽: 정연규)

    인터랙티브

    * MBC 기획취재팀 [사람이, 또 떨어진다] 추락사 1136 추적보도
    https://imnews.imbc.com/newszoomin/groupnews/groupnews_13/index_day3.html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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