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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소송' 나섰다가 빚더미…계란으로 바위치기?

'공익소송' 나섰다가 빚더미…계란으로 바위치기?
입력 2020-07-02 20:48 | 수정 2020-07-0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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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소송을 공익 소송이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 약자나 억울한 시민이 국가나 거대 기업을 상대로 책임을 물어야할 때, 물론 계란으로 바위 치기이지만 소송을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도전 하는 겁니다.

    ◀ 앵커 ▶

    그런데 여기에는 그저 용기만 필요한 게 아니라 시간, 비용, 걸어야할 게 많습니다.

    끝내 패소할 경우엔 더 그렇겠죠.

    먼저 곽동건 기자의 보도부터 보겠습니다.

    ◀ 리포트 ▶

    2015년 6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A씨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이닥쳤습니다.

    만성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중이던 아버지가 느닷없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것.

    곧바로 격리돼 문병도 못했지만, 아버지는 12일 만에 그대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A씨/메르스 사망자 유가족]
    "돌아가시기 전에도 못 봤고, 돌아가시고 나서도 바로 화장을 해서… 결혼식에서도 힘들었죠, 당연히. 아버지 자리가 공석이었으니까…"

    병원에만 누워 있던 아버지가 왜 메르스에 감염된 걸까.

    알고 보니 방역 당국의 어이없는 실수 탓이었습니다.

    A씨 아버지가 숨지기 한 달 전인 2015년 5월, 국내 첫 메르스 확진자는 평택성모병원에 2박3일간 입원했습니다.

    당시 급파된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은 확진자가 자기 병실에만 머물렀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동선 파악도 제대로 안한 채, 같은 병실 입원자 등만 밀접 접촉자로 분류한 뒤 조사를 끝낸 겁니다.

    [신민철/감사원 제2사무차장 (2016년 1월 14일)]
    "CCTV 등을 통해 (추가 접촉자를) 확인하고서도 같은 층 다른 병실 등의 추가 환자 발생 가능성 등을 검토하지 않고 역학조사를 종료하였습니다."

    이렇게 방역당국이 황당하게 놓친 확진자가 A씨 아버지를 비롯한 23명에게 메르스를 옮긴 이른바 '슈퍼 전파자'였다는 사실이 그 뒤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역학조사를 담당한 공무원 4명에겐 해임 등 최고 수준의 징계가 내려졌을 정도.

    [A씨/메르스 사망자 유가족]
    "나라에서 (책임을) 인정을 하길 바랐어요. 국민들이 안전한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을 수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A씨는 결국 국가를 상대로 한 '공익소송'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방역당국에 법적 책임을 물려서라도 추가 피해자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1,2,3심 모두 완패였습니다.

    "방역당국의 역학조사가 부실하긴 했지만, 조사가 제대로 됐더라도 A씨 아버지의 감염까지 막아내진 못했을 것"이란 이유였습니다.

    선뜻 이해가 안 가는 재판부의 판단인데, 더 납득할 수 없는 건 따로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똑같은 경로로 메르스에 걸린 같은 병실 입원자가 낸 소송에선 '역학조사가 제대로 됐다면 확진자와 접촉 자체를 막을 수 있었다'며 국가 책임이 고스란히 인정됐다는 점입니다.

    [A씨/메르스 사망자 유가족]
    "어느 판사는 ‘나라가 잘못했다’라고 인정을 하고, 어느 판사는 ‘어쩔 수 없는 거다’라고 얘기를 하니까 의문이었죠. 우리가 정말 운이 나빠서 이렇게 된 건가."

    재판에선 졌지만, A씨는 공익소송에 나섰던 걸 지금도 후회하진 않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눈에 띄게 달라진 방역 시스템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A씨에게, 무려 2천만 원이 넘는 청구서가 최근 날아들었습니다.

    재판에 진 쪽이 상대방의 소송비용까지 모두 부담한다는 원칙에 따라 국가가 선임한 변호사 보수 등을 A씨가 물어내라는 것이었습니다.

    [A씨/메르스 사망자 유가족]
    "이 2천만 원이 저희같은 서민한테는 정말 큰 돈이거든요.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을 텐데,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이렇게 소송을 하려고 해도 (비용 때문에) 못할 거 같아요."

    지금까지 5백여만 원을 겨우 낸 A씨는 추가로 1천 5백만 원 넘는 돈을 마련하려면 꼼짝없이 빚을 져야 할 처지입니다.

    MBC뉴스 곽동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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