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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사라지나…번역·더빙은 '제2의 전성기'

영화관 사라지나…번역·더빙은 '제2의 전성기'
입력 2020-07-06 20:52 | 수정 2020-07-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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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세계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만큼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영화계죠.

    ◀ 앵커 ▶

    그렇습니다.

    그런데 영화, 영상물이라는 거대 산업 안에서도 코로나19로 존폐의 위기를 겪는 분야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성장의 발판을 다지는 기회를 잡은 분야도 있습니다.

    박소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올해 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석권하며 한국 영화사를 새로 썼을 때만 해도 영화계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직후인 2월 중순부터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영화계는 100년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지역 사회 감염 확산으로 외출조차 쉽지 않아지면서, 신작 개봉은 줄줄이 연기되고, 극장 관객 수는 90퍼센트 이상 뚝 떨어졌습니다.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영화계 현장을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최근 개봉한 '#살아있다'의 메이킹 필름을 만든 한 회사의 사무실입니다.

    빈자리만 3곳, 출근한 직원은 단 두 명뿐입니다.

    전체 제작과정을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메이킹 필름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리는 기간은 최소 6개월.

    개봉이 미뤄지면 제작 기간이 무기한으로 늘어납니다.

    올해 상반기 영화 개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잔금을 받지 못한 영화가 15편까지 쌓였습니다.

    [조용관/스윙 미디어실장]
    "고정급여로 나가던 친구들이 7~8명이었다면, 지금은 한 3~4명? 저희 회사만의 잘못이 아닌 전반적인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손 써볼 여력도 없고…"

    1천8백만 명, 국내 최다 관객을 동원한 '명량'부터 개봉을 앞둔 기대작 '반도'까지.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 영화 포스터 업계를 이끌고 있는 이관용 씨도 대출로 회사를 버티고 있습니다.

    [이관용/스푸트닉 대표]
    "아무리 힘든 IMF 때든, 금융위기든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전혀 이런 일이 없었거든요. 이번에는 정말 초유의 사태였던 것 같아요. (상반기 수익의) 딱 정확히 반이 없어졌더라고요. (장기화하면) 자구책을 만들어야겠죠. 감원이든 감봉이든…"

    영화업계 관계자의 59%는 "올해 상반기에 참여한 작품의 제작 중단 피해를 보았다"고 답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전체 영화산업 종사자 3만여 명 가운데 2만 명 이상이 고용불안 위험을 안게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강효미/영화 마케팅협회 대표]
    "매출액은 완전히 0에 가깝게 급감을 한 상황이라 50여 개 회사들의 상반기 손실만 합쳤을 때 거의 170억 이상 정도. 최악의 경우에는 도산이나 폐업도 우려가 되는 상황이 아닌가…""

    가장 타격이 큰 곳은 극장입니다.

    국내 최대 극장 체인 CGV는 한 자회사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습니다.

    극장 주변의 상권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 대형 복합영화관에 관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같은 건물에 입주한 60개 업체 가운데 50곳이 최근 폐업했습니다.

    살균 기능이 있는 UV등을 설치하고, 대형 LED 스크린으로 야외 영화관까지 마련했지만 한계에 다다른 곳이 더 많습니다.

    [정상진/아트나인 대표]
    "하루의 관객 수로는 정말 전기료 정도가 나오지 않는 극장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게 됐을 경우에 지금 6개월이 지났는데, 앞으로 8개월, 1년 이렇게 됐을 때 영화관이 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영화계가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사이 반대로 특수를 누리는 업체들도 생겼습니다.

    온라인에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 VOD 관련 업계들인데요.

    글로벌 OTT업체인 넷플릭스는 서비스 시작 4년 만에 실제 이용자가 637만을 넘어 20배 가까이 폭등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을 정도입니다.

    "Es ist der Befehl…"

    한국적 좀비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는 이 작품은 코로나19 이후 인지도를 더 넓혔습니다.

    온라인에서 190여 개국에 동시 방영되면서 27개 언어로 자막이 깔렸고, 12개 외국어로 더빙됐습니다.

    "어서 가서 막아야 합니다." (터키어)
    "악취를 풍기고 짐승의 소리를 내지 않았더냐?" (프랑스어)
    "믿어주십시오." (태국어)
    "네 말을 입증할 물증이 있느냐? (스페인어)"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질 좋은 k 콘텐츠의 인기도 높아진 겁니다.

    번역을 담당하는 이 회사는 전 세계 30개국에 지사를 둔 다국적 회사가 됐습니다.

    [조현정/아이유노 한국지사장]
    "(한 작품이)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인도네시아어 등 다양한 30개 정도의 언어로 더빙 서비스를 나간 적이 있습니다."

    해외 작품들의 수입 역시 활발해지면서 한때 사양산업으로 불리던 더빙도 제2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정재헌/성우]
    "다양한 실사 영화들을 더빙할 수 있는 그런 기회들이 많이 늘어나다 보니까 성우들에게는 굉장히 정말 감사한 채널."

    영상 속 디지털 기술의 위상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존 크로마키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버추얼 프로덕션' 기법으로 우주소녀를 만나 코로나19 시대 인사법을 나눠봤습니다.

    직원 수 3명으로 시작한 이 특수효과 회사는 앞선 기술력으로 불과 1년 반 만에 130명 규모의 중견회사로 성장했습니다.

    극장영화계보다 몸집이 작은 OTT 업계가 사람들의 다양한 기호에 맞춰 여러 장르를 제공하면서 특수효과 회사들은 다른 의미의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겁니다.

    [정고은/웨스트 월드 이사]
    "글로벌 타겟팅으로 한 그런 컨텐츠를 만들다 보니까. 특히 기술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그것을 수행할만한 기술력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필요했고, 그러다 보니까 저희 회사가 성장하게 된 거 같습니다."

    지난 4월 영화 '사냥의 시간'은 OTT를 통해 전 세계에서 동시 개봉했습니다.

    극장 대신 온라인의 문을 바로 두드린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특수가 오래가지 못 할거란 전망도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위험이 지속되면서 투자 심리가 더 위축되면 콘텐츠 제작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양질의 콘텐츠 제작이 줄면 OTT의 인기도 결국, 사그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급격한 극장 영화 생태계 붕괴는 기존 콘텐츠 생산업체들을 넷플릭스 같은 대형 OTT의 하청업체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는 6천 원 할인권을 배포하는 등 영화계 지원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 넷플릭스 같은 OTT 회사를 5개 만들겠다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극장이나 OTT 등 대형 플랫폼 위주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결국,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는 겁니다.

    영화 제작, 마케팅 등 전문성을 가진 영화업계 종사자들의 제작환경이 당장 붕괴할 거란 우려 때문입니다.

    [오동진/영화평론가]
    "스트리밍도 공존하고 극장도 공존할 거예요. 다만 '그것을 누가 주도하느냐'겠죠. 어느 것이 영화 산업 전체를 키울 것인가에 대해서 잘 판단해야 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MBC뉴스 박소희입니다.

    (영상취재 : 정용식 이창순 / 영상편집 : 김정은 / 화면제공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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