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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김은진

공포의 심야 편의점…범죄에 노출된 직원들

공포의 심야 편의점…범죄에 노출된 직원들
입력 2020-07-13 20:50 | 수정 2020-07-1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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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운 게 없으니까 이 짓거리 하고 있지"

    "뽀뽀 한 번만 하면 안 돼요?"

    "(CCTV로)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었던 적이 있어요"

    ◀ 앵커 ▶

    이용자에겐 그저 편리한 곳이지만 편의점 노동자들은 실제로 이런 일을 겪고 있습니다.

    ◀ 앵커 ▶

    왜 그들은 안전과 수치심까지 접어두고 그 좁은 공간에서 해가 뜨기를 기다려야 하는지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편의점 '야간 알바' 은정 씨에게 자정을 넘긴 시간은 긴장의 연속입니다.

    술에 취해 들어온 두 명의 손님.

    [손님]
    "카드 어디다 뒀어? 어?"

    [직원]
    "네? 무슨 소리여요?"

    [손님]
    "카드 조금 아까 있었잖아."

    취객은 카드를 꺼낸 적이 없습니다.

    [손님]
    "아니, 술 안 취했다고… 그런데 계산은 난 몰라."

    이런 황당한 일은 거의 매일 밤 일어납니다.

    [직원]
    "잔액이 부족해요."

    [손님]
    "나 코로나!"

    만취 상태의 손님은 코로나19에 걸렸다면서도 자꾸 손을 뻗어 은정 씨를 만지려다, 계산하기 전에는 소주 뚜껑을 따더니 엎지르기까지 합니다.

    [직원]
    "제가 닦을게요."

    [손님]
    "내가 실수한 거 아니잖아!"

    자기가 엎지르고도 남 탓, 심지어 돈도 없습니다.

    [직원]
    "잔액이 부족하다고 나와요. 다른 카드 주시겠어요?"

    [손님]
    "외상 깔아! 내일 갖다 줄게 내일… 전체 얼만데?"

    [직원]
    "4천500원요."

    [손님]
    "외상해, 그냥. 악수 한 번 하자. 나 코로나 됐어. 악수 한 번 해줘."

    취객이 난동을 부리고 나간 뒤에도 할일은 끊이지 않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6개월]
    "지금은 새벽 3시 53분이고 물건 정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6개월]
    "이제 (새벽) 5시 53분이고 이제 청소를 해야 합니다."

    아침 8시. 드디어 퇴근입니다.

    무사히 하룻밤을 버텨낸 겁니다.

    편의점 노동자들은 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전국 편의점에서 발생한 강도·폭행 등 각종 범죄는 1만 건이 넘습니다.

    비닐봉지값을 달라고 했다고 흉기로 찔러 살해.

    전자레인지 사용법을 제대로 안 알려줬다고 펄펄 끓는 라면 투척.

    현금을 빼앗기 위해 우산으로 폭행.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절반 이상이 폭언과 폭행을 경험했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3년]
    "봉투값 받아야 하는데 봉투값 20원 받는다고 폭언해서 바로 경찰 불렀어요. XX, 네 XX가 뭔데? 네 부모가 그렇게 가르치디?"

    [배병용 /편의점주]
    "자기가 건달이라고 해서 협박하는 분도 있었어요. 집기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성희롱과 성폭행도 자주 일어납니다.

    경기도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수진 씨는 일 년이 지났지만 그날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내려앉습니다.

    한 남자손님이 들어오자마자 대뜸 외모 칭찬을 쏟아냈습니다.

    [손님]
    "진짜 예쁘시다. 연예인 아니세요? 몇 살이에요?"

    [직원]
    "나이 많아요. 남자친구는 있어요."

    [손님]
    "아쉽구만…"

    사적인 질문공세에 기분이 나빴지만 빨리 보내기 위해 친절하게 응대했더니 느닷없이 악수를 청합니다.

    [손님]
    "악수 한 번만 해주세요! 뽀뽀 한 번만 하면 안 돼요?"

    [직원]
    "아, 그건 안 돼요."

    순식간에 벌어진 일입니다.

    손님을 보내고 나서야 공포감이 몰려왔습니다.

    성추행을 당하고서도 친절함을 잃지 않았던 수진 씨.

    [성추행 피해 편의점 직원]
    "기분도 엄청 나쁘지만 친절할 수밖에 없고 화도 못 냈던 이유는 저는 다음 날 그 시간에 똑같이 출근이잖아요. 혹시나 또 안 좋은 일 또 생길까봐 그냥 참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특히 혼자서 편의점을 지킬 때 성희롱이 비일비재합니다.

    [성추행 피해 편의점 직원]
    ""알바 끝나면 술 한잔하러 갈래요?" 이런 사람도 엄청 많고요. 엄청 수치스럽죠. 제가 이러려고 이곳에서 일하는 건 아닌데…"

    범죄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방법은 없는 걸까요?

    [편의점 아르바이트 4년]
    "사실 포스기에 신고하는 걸 3초 누르면 저절로 신고된다거나 전화기도 수화기를 몇 초 동안 안 끊으면 자동 신고되는 그런 게 있는데…"

    이런 긴급 신고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4년]
    "(안전) 교육이 잘 안 되고 있어요."

    한 조사결과 아르바이트생 중 60% 이상이 기본적인 안전 교육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편의점 업체들이 점주들을 대상으로는 안전교육을 하고 있지만 아르바이트생의 안전교육은 점주의 몫이라고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인데요, 범죄 피해 책임은 누가 지는 걸까요?

    [편의점주]
    "보험이 다 들어져 있거든요. 본사에서 다 보험을 들거든요. 그럼 거기서 처리하죠."

    본사에서 가입한 보험으로 처리한다는 겁니다.

    [대형 편의점 업체 관계자]
    "고용계약의 당사자는 개인사업자인 점주님과 스태프 사이에 있고요."

    하지만 본사는 고용계약의 당사자인 점주의 책임을 더 강조하는 입장입니다.

    범죄의 위협만큼 힘든 것은 인격적인 무시.

    지난달 광주의 한 편의점.

    남자 손님이 물건을 집어 던지고 밀치는 바람에 여성 직원이 바닥에 나동그라집니다.

    폭행보다 더 상처가 됐던 것은 편의점 노동을 비하하는 막말이었습니다.

    [손님]
    "배운 게 없으니까 이 짓거리 하고 있지. 배운 것이 없으니까 이 짓거리 하고 있다고!"

    아르바이트생 갑질 경험에 대한 각종 설문조사 결과 매번 1위를 차지하는 응답은 '반말' 등 인격적인 무시입니다.

    편의점 노동에 대해서 차별과 편견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배병용/편의점주]
    ""젊은 친구가 이런 데서 뭐해?", "어디 나가서 좋은 일 해야지, 이게 뭐하는 거야 지금. 시간 아깝게…" 이런 식으로 비꼬는거죠."

    [편의점 성추행 피해자]
    ""나이도 어린데 뭐 이런 데서 썩고 있냐", "정신 차리고 공부를 해라"‥ 되게 비참하죠. 왠만한 사람만큼의 취급도 못 받는 것 같아요. 이곳은…"

    부당한 일을 당해도 일자리를 잃을까봐 해코지를 당할까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3년]
    "이것만 참으면 내가 여기에서 일 할 수 있고, 정신 승리를 하는 편이에요. 저는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견뎌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열악한 편의점 노동 현실이 매년 지적되는데도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4년]
    "나도 정당하게 일을 하는 1명의 노동자잖아요. 그러니까 그 노동의 가치를 조금 더 존중해줬으면 좋겠어요."

    1989년 서울에 첫 24시간 편의점이 문을 연 뒤 전국 편의점은 4만여 개, 종사자 수는 15만여 명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30년 역사에는 부당한 처우, 감정 노동, 그리고 '편의점 알바'들의 눈물이 스며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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