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프랑스에선 경찰을 책임지는 내무장관에 성폭력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 임명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페미니스트'를 자처해온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분노와 비난이 거세지면서, 프랑스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파리시청 앞에 시민 수백 명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성차별주의 정부', '강간범 장관'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정부에 항의했습니다.
[발렌타인]
"여성의 입장이나 성폭력 이슈를 대변하지 못하는 내각 개편에 대한 분노를 보여주려고 나왔습니다."
이들이 분노한 건 지난 6일 임명된 신임 내무장관 다르마냉 때문입니다.
그는 지난 2009년 우파 정당 재직 당시 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법원은 지난달 재수사를 명령했습니다.
또 시장 재직시절엔 공공주택 지원을 대가로 한 여성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마크롱 대통령은 경찰 업무를 담당하는 내무장관으로 다르마냉을 임명한 겁니다.
여성단체들은 성 평등을 최우선 과제로 약속한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 마크롱에게 배신감을 쏟아내며 일주일째 대규모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애니시아]
"(다르마냉 임명은) 여성들과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매우 폭력적인 메시지입니다."
여기에 법무장관으로 임명된 듀퐁 모레티 역시 "권력에 끌리는 여성들이 있다"는 등 미투 운동 비하 발언으로 수차례 물의를 빚은 인물이어서 내각 총사퇴 요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루시]
"대통령 스스로 여성과 소수자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걸 보여준 겁니다. 다르마냉과 듀퐁 모레티의 사임은 물론 정부 전체가 퇴진해야 합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장관 수행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가브리엘 아탈/프랑스 정부 대변인]
"내무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습니다. 법적인 조사는 정상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논란의 당사자인 다르마냉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여성운동가들은 "성범죄에 흔히 이용하는 무죄추정 주장은 여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가정을 강화시킨다"며 "성폭력 문화를 지속시키는 방법"이라고 반발했습니다.
현지 언론은 이번 파문이 임기를 2년 남긴 마크롱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MBC 뉴스 한수연입니다.
(영상편집: 김창규)
뉴스데스크
한수연
'성폭력' 혐의에도 내무장관 임명…성난 프랑스 국민, 반정부 시위
'성폭력' 혐의에도 내무장관 임명…성난 프랑스 국민, 반정부 시위
입력
2020-07-15 20:34
|
수정 2020-07-1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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