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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로그] 새벽 첫차 타는 사람들

[앵커로그] 새벽 첫차 타는 사람들
입력 2020-07-18 20:25 | 수정 2020-07-1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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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잠든 새벽 당신이 출근하기 전까지 일을 마치고 사라져야 하는 사람들>

    조명 뒤에 사람들을 조명합니다, 앵커로그.

    지금 시각은 새벽 3시 50분인데요.

    오늘 주인공들은 모두가 잠든 이 시각 매일 새벽 첫차를 타는 사람들입니다.

    <새벽 4시에 출발하는, 서울 구로에서 강남까지 가는 6411번 버스>

    여기는 첫 정류장인데요.

    6411버스가 두 대가 나란히 있습니다.

    원래는 한 대 운행을 했었는데, 첫차 타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까 이렇게 두 대로 늘렸습니다.

    <첫차에 탑승하는 김경호 앵커>

    [박상덕/ 6411번 승객]
    (몇 년 정도 되셨어요? 이 버스 타신 지.)
    "오래됐죠. 15년."

    [이기술/ 6411 버스 승객, 거리미화원]
    "도로 청소하러 가요."
    (왜 이렇게 일찍 가셔야 해요?)
    "새벽에 일을 해야죠. (그 후엔)사람들이 많이 다니니까."

    [6411번 버스 승객]
    사람들이 다니기 전에 다 끝내야 해요. 청소하는 사람들은 늦게 오면 혼나요.

    [6411 버스 승객]
    "지금 가는 사람 다 청소나 경비들이야."
    (어머니는 어디서 내리세요?)
    "논현역인가, 거기가?"

    [옆에 있던 승객]
    "논현사거리."
    (어떻게 아세요?)
    "맨날 내리는 거 보니까 알죠."

    <서로가 어디서 내리는지 다 알고 있는 버스>

    [6411번 버스 승객]
    (앉는 자리가 다 있어요?)
    "네. 앉는 자리."
    (서로 많이 알고 계신 것 같아요.)
    "아침에 이 시간에 타는 버스는 다 그렇지. 서로 다 알지."

    [앵커]
    "노량진에 도착을 했거든요. 그런데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꽉 차서 완전히 만차 상태입니다."

    <발 디딜 틈 없는 버스 복도에 자리 깔고 앉기 시작>

    [6411번 버스 승객]
    (어디서 타셨어요, 선생님?)
    "구로 시장. 집은 대림역인데 자리를 차지하려고 거기까지 세 정거장을 걸어왔어요."

    <버스가 조금 지체되자 높아지는 원성>

    [6411번 버스 승객]
    "우리 엄청 늦었어. 아침에 일 못하면 우리 큰일 나. 쫓겨나."
    (버스가 늦게 가고 있는 거예요?)
    "버스가 늦었지. 차를 환승해야 하는데 하나 지나가면 20분이 걸리거든. 그러니까 (늦으면)택시 타고 가는 거야."

    <구박받는(?) 운전기사님 입장은?>

    [이상언/6411번 버스기사]
    "(승객들이)새벽에 잠도 못 주무시고 항상 서서 가셔야 하기 때문에 그런 건 이해를 합니다."

    <늦을까봐 전전긍긍하면서도 서로 무릎에 앉히고 가방도 들어주며 돕는 승객들>

    <그리고 이튿날 같은 시각>

    오늘은 정류장으로 나와 봤습니다. 지금 시각 4시 25분인데요. 이미 많은 분들이 나와서 이렇게 버스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홍복녀·박정님/새벽 버스 첫차 승객]
    (몇 번 버스 타세요?)
    "저는 6511. 우리는 5618."

    [앵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좀 더 힘든 것도 있어요?"

    [박정님/새벽 버스 첫차 승객]
    "하루에 보통 네 번씩 소독을 해요. 안 했던 일을 더 해야 해. 그만큼."

    [앵커]
    "(회사에)좀 쉴만한 공간은 있어요?"

    [홍복녀/새벽 버스 첫차 승객]
    "기계실 아니면 창고 다 그렇죠 뭐. 다 그래요 쉬는 데는."

    [앵커]
    "어머니 일하시는 데는 에어컨은 있어요?"

    [홍복녀/새벽 버스 첫차 승객]
    "아뇨."

    <어제에 이어 6411번 버스 탑승하는 김경호 앵커>

    <창문에 가방을 줄줄이 매달아 놓은 고리의 정체는?>

    [앵커]
    "여기 고리가 원래 저기 있는 거예요?"

    [6411번 버스 승객]
    "아니에요. 가지고 다니는 거예요. 가방을 들 수가 없어. 사람이 많아서."

    [홍금순/6411번 버스 승객]
    (옛날에는 원래 첫 차가 한 대였다면서요?)
    "가다가 죽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봤다고. 한 대 다닐 적에는 무서워서."

    <6411번 버스에 바라는 점은?>

    [김경례/6411번 버스 승객]
    "세 대가 같이 다녔으면 좋겠어. 일찍 다녔으면 좋겠어요."
    (얼마 정도요?)
    "5분만 일찍. 5분도 굉장히 커요, 우리에게는."

    <6411번 버스의 의미는?>

    [6411번 버스 승객]
    "좋죠. 이 버스 없으면 어떻게 다니겠어요."

    <1시간 20분 만에 도착한 선릉역 내리자마자 허겁지겁 뛰는 청소노동자들>

    [6411번 버스 승객]
    (이렇게 항상 뛰어요, 아침에?)
    "늦었잖아요."
    (10분 늦은 게 큰가 봐요?)
    "10분이면 엄청 많은 시간이죠. 수고하셨어요."
    (어머니, 안녕히 가세요.)

    <2년 전 작고한 故 노회찬 의원의 연설 中>

    [故 노회찬 의원]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6411번 버스가 출발점부터 거의 만석이 되어서 강남의 여러 정류장에서 5·60대 아주머니들을 다 내려준 후에 종점으로 향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 같은 사람을 찾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앵커로그, 내 생애 첫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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