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이명진

[단독] "흉기 위협·성추행"…한 우슈 선수의 짓밟힌 꿈

[단독] "흉기 위협·성추행"…한 우슈 선수의 짓밟힌 꿈
입력 2020-07-20 20:09 | 수정 2020-07-20 20:49
재생목록
    ◀ 앵커 ▶

    팀 내 위상을 앞세운 폭행과 은밀한 괴롭힘.

    고 최숙현 선수 사건과 너무나도 흡사한 일이 체육계 다른 곳에서도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광주광역시 체육회의 한 우슈 선수가 팀 내 가혹 행위와 성추행을 폭로했는데요.

    2년 동안 계속된 이유 없는 구타와 폭행, 그리고 입에 담기 힘든 동성 간의 성추행까지.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던 이 선수는 고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 어렵게 용기를 냈다고 말했습니다.

    먼저 이명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전국체전 우슈 고등부 우승을 차지하며 유망주로 꼽히던 A 선수는 졸업 후 곧장 광주광역시 체육회에 입단했습니다.

    꿈을 펼칠 기회를 잡은 줄 알았지만, 소속팀 생활은 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함께 숙소를 쓰던 선배 두 명의 지속적인 폭행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피해자 A 선수]
    "가위, 칼 막 이런 것들 또 캔 뚜껑 이런 날카로운 것을 가지고 허벅지를 피날 정도로 그냥 세게 누르고 있고…"

    때론 생명의 위협마저 느꼈다고 했습니다.

    "주방 숙소에 주방 칼이 있는데, 크기가 주방에서 쓰니까 대충 이 정도… '너 진짜 내 말 안 들으면 진짜 이거 찌를 수도 있다'… 제 앞까지 오면서 위협하고 막 하니까 그게 너무 무섭고 막 무서웠습니다."

    폭행보다 참기 힘든 건 죽을 만큼 수치스러웠던 성추행이었다고 합니다.

    "바로 제 코앞에다 대고… '형, 진짜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이러면서 제가 계속 허벅지를 밀쳐내면 그냥 주먹을 위로 쳐올리고…"

    이런 폭행과 성추행이 2년 가까이 지속됐지만 피해를 호소하긴 쉽지 않았습니다.

    가해자가 억대 연봉을 받는 팀 실세였던 데다 그 아버지는 당시 광주광역시 우슈협회 이사까지 맡고 있어 오히려 협박에 시달렸다고 했습니다.

    "'어떻게든 신고한다 하면 너 앞으로 진짜 운동 못하게 할 거다. 너 평생 우슈에 발도 못 딛게 할 거다.' 이러면서…"

    A 선수는 지난해 11월,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우수협회에 진정서를 냈습니다.

    하지만 징계 수위는 고작 대회 출전 3회 정지.

    그마저도 사유는 '폭행'이 아닌 '품위손상'이었습니다.

    [광주광역시 우슈협회 관계자]
    "너희끼리 다툼이 없냐고 항상 물어봤어요. 갈 때마다… 얘가 항상 '아무 이상 없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지… 저희 같은 조그마한 협회에서 뭔 징계를 하겠습니까? 그리고 피해자가 주장만 했을 뿐이고 정황증거를 저희한테 아무것도 제시를 안 했어요."

    가해자들에게 사과를 받지도 못했습니다.

    "'형한테 그냥 사과받고 이제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하니까 '미쳤냐. 나는 당했으면 너 때보다 더 당했지 너는 당한 거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절대 사과 못한다.'…"

    결국, A 선수는 지난 1월 두 선수를 고소했고 경찰은 폭행과 폭언 행위를 입증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은 모든 폭행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가해 지목 C 선수]
    "아니요. 없었어요. (폭행과 성추행은) 전혀 있지도 않았고, 증거도 없는데 자꾸 그걸로 밀고 늘어지니까…"

    [가해 지목 B 선수 아버지]
    "(우리 아들이) 제일 큰 피해자입니다. 걔가 전부 허위입니다. 광주시 우슈협회에 진정 낸 거하고 광주시체육회에 진정 낸 거하고 광주서부경찰서에 고소내용이 다 다릅니다."

    선수의 꿈을 접은 것은 물론 대학까지 자퇴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A 선수는 언제 끝날지 모를 고통 속에 오늘도 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피해자 A 선수]
    "진짜 너무 힘들고 정말 죽고 싶어서 집에서 그냥 혼자 막 소리를 지른 적이 있고… 그냥 앞으로 저 같은 피해자가 안 나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MBC뉴스 이명진입니다.

    (영상취재: 윤병순 / 영상편집: 조기범)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