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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남자답게 만나서 풀어라?"…'가해자' 걱정한 어른들

[단독] "남자답게 만나서 풀어라?"…'가해자' 걱정한 어른들
입력 2020-07-20 20:12 | 수정 2020-07-2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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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 선수는 자신의 모든 꿈을 버리고 나서야 죽을 만큼 괴로웠던 피해 사실을 호소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진상 조사나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고, 돌아온 대답은 그저 "남자답게 서로 풀어라"였습니다.

    그러면서 관리단체는 합의를 종용했고,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의 부모는 증언에 나선 동료들을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손장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선수의 꿈도...대학 생활도...

    모든 걸 버리고 나서야 시작된 싸움.

    하지만 도움을 요청했던 광주광역시우슈협회는 피해 선수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보호자를 통해 합의만 종용했다고 합니다.

    [광주광역시 우슈협회 관계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현재로서는 증거가 뚜렷하게 나온게 없어요. 설령 그 애가 아무리 미운 짓을 했다고 하더라도 어른들이 절충을 해서 좋은 쪽으로 합의를 내보자는거죠."

    가장 치욕적이었던 성추행에 대해서도 "남자답게 만나서 풀라"는 상식 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피해자 A 선수 보호자]
    "'군대가면 통상적으로 그런 일도 많이 있지 않냐 비일비재하지 않냐', '남자들끼리 장난으로 한건데 그러냐 좋게 해결하자'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협회의 솜방망이 처벌에 실망해 경찰에 고소한 뒤에는 끊임없는 2차 피해에 시달렸고 합니다.

    가해자의 아버지가 직접 집으로 찾아오고,

    [피해자 A 선수]
    "집에 혼자 있었는데 '잠깐만 이야기하자 나와봐라' 하면서 무서워져서 그냥 방에 문 닫고."

    현역 선수 신분을 감수하고 참고인으로 나서겠단 동료에게는 증언을 압박하기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가해자 아버지]
    "재판까지 가야하는 판국인데 자네가 가서 거짓말탐지기하고 혹시나 위증했으면은 위증 처벌도 받을 자신이 있지?"

    [동료 선수]
    "네 상관없습니다, 저는."

    [가해자 아버지]
    "사건에는 쉽게 휘말리는 게 아니다 니네가 휘말려서 좋은게 뭐 있노. 그냥 모른다고 해버리면 끝인데"

    광주광역시 우슈협회 역시 가해 지목 선수들만 두둔하는 모습입니다.

    [광주광역시 우슈협회 관계자]
    "가해자로 지목된 애들은 피해가 엄청난 거예요. 그것도 우리가 알아야 됩니다. 어떻게 보면은 운동인으로서 꽃을 피울 때 이 꼴이 터져가지고 선수 생활 못 하게 되는거나 다름없죠."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 선수에게 또 한차례 깊은 상처만 남긴 셈입니다.

    [피해자 A 선수]
    "잘 처리는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폭행은 증거가 있지만 성추행은 증거를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던 게 없어가지고 아무래도 성추행은 잘 안될 것 같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 한 명은 여전히 소속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고 나머지 한 명도 협회 이사였던 아버지와 함께 별도의 추가 징계없이 소속 단체를 떠난 상태라 언제든지 우슈계 복귀가 가능한 상황입니다.

    MBC뉴스 손장훈입니다.

    (영상편집 : 김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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