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건설 관련 민간 단체 중 가장 크다는 대한 건설 협회의 한 간부가 협회 돈을 정치권에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 간부가 사용한 업무 추진비 중 사용처가 불 분명해서 어디에 썼는지 의심 받는 돈이 3년 동안 3억8천 만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임명찬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해 1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대한건설협회 서울시회가 주최한 강연회가 열렸습니다.
강연자는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A씨.
안내문에는 A 의원이 건설업계에 유리한 법안을 대표발의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협회 측은 이날 강연료로 A 의원에게 60만원을 보낸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는 의혹이 협회 내부에서 제기됐습니다.
[최태진/대한건설협회 서울시회 비대위]
"아침에 ***의원한테 인사를 해야 되니 5백만 원 찾아놔라. 그래서 회계담당자는 찾아놨었다."
이런 지시를 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은 대한건설협회 서울시회 허숭 회장입니다.
협회 관계자는 "5만원 권으로 인출해 하얀색 이중봉투에 넣어 허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허 회장이 정치권에 줘야한다며 현금을 찾아오라고 지시한 적이 예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며 "돈은 모두 업무추진비에서 나갔다"고 덧붙였습니다.
현행법상 법인이나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습니다.
대한건설협회가 특별감사에 나섰습니다.
MBC가 입수한 특별감독 결과를 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허 회장이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6억 6천여만원.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3억8천여만원은 현금으로 썼습니다.
[손수길/대한건설협회 서울시회 비대위]
"(허숭 회장이) 정치권에도 로비를 해야 되고… 정치권하고 골프를 치게 되면 요즘 단위가 높아져가지고 2백만 원, 3백만 원을 골프 카트에 놓고 빼먹기를 한다."
협회가 어디에 썼는지 소명을 요구하자 허 회장은 절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허숭/대한건설협회 서울시회 회장]
"그건(업무추진비는) 죽어도 보여줄 수 없다. 왜 거기는 별게 다 있는데 정치인들하고 그건 안된다."
하지만 취재가 시작되자 허 회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허숭/대한건설협회 서울시회 회장]
"무슨 *** 의원 그런 거는 말이 안 돼. 전혀 그건 제가 명예를 걸고 얘기할게요. (회장님이 스스로 정치인이라고 얘기를 하셔서 여쭤보는 거예요) 그건 이제 좀 발음이 헛 나왔을 수도 있고요. 제가 정치인을 준 적은 없으니까…"
현재는 의원직에서 물러난 A 씨 역시 당시 강연료 말고는 받은 돈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A 씨/전 국회의원]
"확인해 봤더니요. 강의료가 시간당 60만 원 초과하지 못하게 돼 가지고 딱 60만 원 받았답니다. 그 이상 없습니다. 한 푼도 받은 게 없습니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그리고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형사7부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MBC뉴스 임명찬입니다.
뉴스데스크
임명찬
[단독] "의원한테 인사해야"…대한건설협회 정치권 로비 의혹
[단독] "의원한테 인사해야"…대한건설협회 정치권 로비 의혹
입력
2020-07-22 20:20
|
수정 2020-07-2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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