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로 빚 못 갚아"…벼랑 끝 회생채무자 돕는다

◀ 앵커 ▶

과도한 빚으로 개인회생 절차에 들어간 채무자 중에 코로나19로 소득이 끊겨서 변제금을 제때 내지 못하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다시 파산 위기에 내몰리는 건데요.

법원이 이런 사람들의 채무를 탕감해주는 면책제도를 대폭 활성화하기로 했습니다.

보도에 공윤선 기잡니다.

◀ 리포트 ▶

제주도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병진 씨.

5년 전 급한 사정으로 초고금리 대부업체를 이용했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졌습니다.

[이병진(가명)/개인회생 채무자]
"(이자율이)연 40% 이상도 있었으니까…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거든요. 너무 어려우니까 삶이…"

어쩔 수 없이 개인회생을 선택해 4년 넘게 매월 변제금을 내왔는데, 코로나19로 손님이 뚝 끊겨 다시 궁지에 몰렸습니다.

이미 세 차례나 변제금을 제대로 갚지 못해, 회생 자체가 폐지될 위기에 처한 겁니다.

[이병진(가명)/개인회생 채무자]
"(돈을) 계속 다 까먹고 있는 상황이니까… 공과금이나 이런거 다 내고 나면, 그러니까 지금 (변제금) 미납이 발생한 거고/정상적인 사회생활 할 의욕도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이처럼 어려운 처지의 회생채무자들을 위해 법원은 변제금을 아예 없애 주는 '특별면책'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별 판사들의 재량으로 면책이 이뤄지다 보니 사문화된 지 오랩니다.

실제로 올해 서울회생법원에서 코로나19에 따른 특별면책이 인가된 사례는 고작 2건에 그쳤습니다.

[박현근/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변호사]
"일정 부분 갚게 하고 그 이후부터는 면책시켜주고 다시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지 전체적으로 내수 경제도 살아나고"

지난달 대법원의 특별면책 활성화 권고에 따라 서울회생법원이 먼저 나섰습니다.

모호했던 '재량면책' 규정을 '특별면책'이라는 명칭으로 바꾸고, 코로나19같은 비자발적 실직으로 장기간 소득이 없거나 최저생계비 이상의 수입을 계속 얻을 수 없는 경우 등엔 면책을 해주라고 구체화했습니다.

[김영석/서울회생법원 공보판사]
"성실하지만 불운한 채무자들을 구제하는 것이지 무분별하게 확대하려는 건 전혀 아닙니다."

서울회생법원이 조만간 개정 준칙을 확정 발표하면, 다른 지역의 각급 법원들도 비슷한 수준의 '특별면책'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MBC뉴스 공윤선입니다.

(영상취재: 남현택, 김우람 영상편집: 함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