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시간당 130원 올랐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기업들 사정을 더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최저임금이 결정해 주는 최저생활을 하는 이들에겐 난감한 수치입니다.
◀ 앵커 ▶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급여 기준을 법으로 정해 달라는 35년 전, 노동자들의 외침 덕에 탄생한 이 최저임금제,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김미희 기자가 최저임금의 어제와 오늘을 정리했습니다.
◀ 리포트 ▶
# 1
"구속노동자 석방하라."
"민주노조 탄압 말라."
1985년 구로동맹파업
[강명자/구로동맹파업 참가]
"정부에서 정한 최저 생계비가 그때 10만 원이었어요. 그때 제가 8만 8천 원 정도 받았거든요. 그래서 정부에서 보장하는 최저 생계비 보장하라고…"
# 2
[심상정/구로동맹파업 참가]
"돈도 벌고 공부도 시켜준다고 그래서 그냥 관광버스로 대거 10대 초등학교 졸업한 여성들을 공단으로 데려왔죠. 그래서 이 친구들이 시다(보조)로 일하면서…"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심상정/구로동맹파업 참가]
"그 목소리 다 10대의 앳된 목소리 아니에요. 한두 시간 만에 비지땀 흘리면서 작업복이 젖고 오후 되면 발등이 하얗게 부풀어 올랐어요. 오후쯤 돼서 양동이에.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가루오렌지주스가 있었는데. 가루오렌지주스를 공업용 얼음에 휘휘 저어서 놓으면 위생이고 뭐고 그냥 허겁지겁 그거 퍼마시면서…"
# 3
"언론은 철저히 보도하라."
[심상정/구로동맹파업 참가]
"거의 보도가 안 됐죠. 언론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컸어요. 무조건 끌어다가 닭장차(경찰차) 올라타기만 하면 그 좌석 사이로 패대기를 쳐가지고 전투경찰들이 막 밟고 굉장히 비인간적인…"
[강명자/구로동맹파업 참가]
"피가 낭자가 돼가지고… 다 죽는 줄 알았대요. 다. 그 와중에서 엊그제 우리 대우어패럴 식구들을 만났는데 막 업어가면서도 성추행당했다고… 그런데 이 평생 신랑한테도 말 못하고 살았다고 저한테 이야기하더라고요…"
# 4
파업 2천5백 명
해고 1천5백 명
1986년 최저임금법 제정…그리고 35년
[강명자/구로동맹파업 참가]
"사실 젊었을 때 50 넘는 언니들이 미싱을 하면 이해를 못 했어요.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보니까 내가 50을 넘어도 일을 하고 있더라고. 왜 그런지 아세요? 임금 자체가 너무 최저임금이다 보니까…"
[안유미/대학생]
"야간에 제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편의점 알바를 하면 엄청 몸이 상해서 병원에 자주 다니거나 그러거든요. 알바를 진짜 많이 하는 친구들은 주말에 건설 일용직 알바 되게 많이 하고 00택배를 거의 진짜 엄청 자주 하고요…"
# 5
[강명자/구로동맹파업 참가]
"건물 자체도 다르잖아요. 예전에는 빨간 벽돌에서 굴뚝이 있어서 이렇게 상징된 빨간 벽돌이라면 지금은 유리벽으로 다 되어 있죠. 저녁때 퇴근 때 가보면 엄청난 젊은이들이 밀려져 나와요. 옛날엔 사실 공순이라고 했어요. 우리네 삶이 세련됐느냐? 개뿔 세련되긴 뭘 세련돼요. 이제는 말이 좀 세련됐네. '비정규직' 퇴직금도 없고… 옛날에는 그래도 보너스라도 있었어요. (지금은) 보너스 그런 게 어딨어요, 명절 때."
[안유미/대학생]
"제 키까지 닿는 물건들을 끌고 다니는데 앞이 안 보이는데 다니다가 부딪혀서 물건에 맞고 그런 것들… 그게 엄청 위험한데 내가 조심하지 않아서 다친 것처럼 되는 경우도 많이 있었던 거죠."
# 6
[심상정/구로동맹파업 참가]
"그때 당시는 철야 야근해서 폐병으로 죽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지금은 이제 택배기사들 배달 노동자들 오토바이 타고 가다 사고 나고..엊그제 물류창고에서 폭발해서 죽고.그때나 지금이나 기업하다 보면 죽을 수도 있지."
# 7
청년구직자 166만 명
알바 소득 76만 5천 원
[류기정/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사용자 측, 7월 1일)]
"경영계에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사업주나 고용되고 있는 근로자 모두 최저임금의 동결이나 인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내년 최저임금 시급 8720원, 130원 상승
[강명자/구로동맹파업 참가]
"지금 오른 거 시급 130원이면 껌값도 안되네. 껌도 얼마예요? 하나에 오백 원, 두 개 천 원 이렇죠. 갖고 우롱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화가 나죠. 물가는 얼마나 비싸요. 기자님 돈 만 원 가지고 시장가서 살 게 있어요? 근데 사회는 니가 능력이 없어서 그러니까. 젊은 애들은 끊임없이 스펙 쌓으려고… 예전에는 개천에 용 났다고 하지만 지금은 개천에서 용도 안나. 보니까…"
# 8
시급 8720원, 당신들이 살아보라!
[안유미/대학생]
"총 50만 원이었어요. 집이. 한 달에 들어가는 돈이 숨만 쉬어도 50이었던 거고. 휴대전화도 한 달에 진짜 아끼고 아껴써 한 5-6만 원 정도. 기계값도 내고 이래서… 내야 될 돈을 내고 다 나면 한 12만 원이 남았어요."
[우석훈/'88만원 세대' 작가]
"제가 88만원 세대 쓴 지 10년 좀 넘어가는데. 10년 전에 비하면 지금 20대는 훨씬 더 슬프고 경제적으로도 '일반화된 빈곤' 같은 거라고 그런 느낌이 듭니다. 젊다라는 이유가 패기 도전 발전 이런 가능성이었는데 지금은 자기 한 몸 지키는 것도 힘들다."
[취업준비생]
"집도 사야 되고 미래도 계획해야 되고 부모님한테 용돈도 드리고 싶거든요. 사실 부모님한테 용돈이나 안 타서 쓰면 그게 성공한 거라고 봐야 될 것 같아요. 당장 오늘 쓸 돈이 몇천 원 남았는지 몇만 원 남았는지… 생각해 보면 딱히 미래가 희망적이라고 생각이 들진 않는 것 같아요."
[우석훈/'88만원 세대' 작가]
"지금 중산층도 유지가 어렵고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노동이 계속 열악해지니까 그야말로 뭐라도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제일 밑바닥에 있는 일을 해야 되고… 중산층 2세가 다시 중산층 2세가 될 수 있느냐. 부모가 집을 물려주지 않는다 그러면 중산층 자식이라도 그 (중산층) 위치에 다시 올 수가 없어요."
[강명자/구로동맹파업 참가]
"그때는 따졌어요, 엄마 아빠한테. 가르치지 못할 바에 낳지를 말지 뭐하러 낳아가지고 고생을 시키냐고. 되게 후회스럽지 아버지한테 지금 살아계신다면 아버지 잘못이 아니라고… 내가 자식을 낳아서 키워보니까 얼마나 애틋했을까. 열다섯 여섯짜리 딸을… 타지를 보낸다는 게 결코 쉽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 9
[안유미/대학생]
"내가 당장 생활비가 있었으면 좋겠고 집이 해결되었으면 좋겠고 안전하게 일했으면 좋겠고… 그냥 사람답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사람답게 살기가 너무 힘들다."
(구성: 김미희 / 편집: 문명배 / 영상취재: 정용식 윤병순)
뉴스데스크
김미희
1985 구로공단의 꿈…"여전히 사람답게 살기 힘들어요"
1985 구로공단의 꿈…"여전히 사람답게 살기 힘들어요"
입력
2020-07-27 20:55
|
수정 2020-07-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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