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탈북민 김 모 씨가 북한으로 헤엄쳐 건너간 과정을 조사했더니, 우리 군 경계의 허점이 여기저기서 드러났습니다.
군은 철책 아래 배수구가 취약하다는 걸 알면서도 10년 가까이 그냥 방치했고, 김씨가 헤엄쳐서 북한 땅을 밟기까지 감시 장비에 7차례나 포착이 됐지만 이상 징후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이남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탈북민 김 모씨가 군 감시장비에 처음 포착된 건 지난 18일 새벽 2시 18분.
택시를 타고온 김씨는 연미정 배수구 근처에서 내렸습니다.
인근 소초 경계병이 택시의 불빛을 봤지만 늦게 귀가하는 주민일거라 짐작하고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습니다.
연미정 바로 옆 배수구로 들어간 김씨는 새벽 2시 46분 한강에 입수해 4시 황해도 개풍군 탄포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 15분을 헤엄쳐 갔습니다.
그동안 김씨는 7번이나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습니다.
이중 5번은 감시카메라에, 북한 땅에 오른 뒤에는 북쪽을 향해 있는 군 열상감시장비에 두번 잡혔습니다.
그러나 감시카메라는 주변 부유물들과 뒤섞여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고, 열화상 카메라에 잡힌 김씨는 북한 주민으로 판단했다는게 군 당국의 해명입니다.
남쪽에서 헤엄쳐 건너간 사람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배수로에 설치된 경계시설물이 아무렇게나 오랜 기간 방치돼 있었던 건 변명의 여지가 없어보입니다.
김씨가 빠져나간 배수로에는 14개의 차단봉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낡고 녹이 슬면서 사람이 충분히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벌어져 있었습니다.
규정에 따르면 매일 두 차례 이상 점검해야 하는데 지난 2011년 설치 이후 단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김준락/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우리 군은 이번 상황에 대해 매우 엄중하게 인식한 가운데 물골, 배수로 등 경계 취약 요소에 대해 즉각 보강하고"
또 앞으로 감시장비 운용 교육 등을 통해 경계 능력을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언제든 이런 일이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현재 해병대 2사단이 맡고 있는 경계지역은 무려 255킬로미터에 달해 휴전선 전체 길이보다 깁니다.
그런데도 불과 1만명 수준인 해병 1개 사단이 지키고 있습니다.
휴전선은 육군 11개 사단이 맡고 있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인원입니다.
이때문에 군은 해안에 첨단 감시장비를 대거 투입해왔지만 결국 이 장비도 사람없인 무용지물이란게 계속 드러나고 있는 겁니다.
[신종우/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만능인 것처럼 설치해놓고 사람의 눈으로 최종 식별해야되는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적은 병력으로 이 넓은 지역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죠."
합참은 경계 실패 책임을 물어 해병 2사단장을 보직해임하고 해병대사령관과 수도군단장에게 엄중 경고하는 등 관련자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이남호입니다.
(영상취재 : 이세훈, 김희건 / 영상편집 : 문철학)
뉴스데스크
이남호
"7차례나 찍혔는데…" 월북자 보고도 놓쳤다
"7차례나 찍혔는데…" 월북자 보고도 놓쳤다
입력
2020-07-31 20:08
|
수정 2020-07-3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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