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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염규현,남형석

[로드맨] 뜨는 제주, 닳는 제주

[로드맨] 뜨는 제주, 닳는 제주
입력 2020-08-01 20:28 | 수정 2020-08-0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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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지금 제주에 와있습니다. 코로나19로 자연에게 잠시 쉴 틈이 주어지나 했는데,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다시 이곳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지금 제주는 어떤 모습인지 길 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제주공항)

    먼저 공항에 왔습니다. 지금 거의 5분 단위로 비행기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요.

    (연인, 가족, 친구 단위로 제주를 찾은 사람들 / "왜 제주에 왔나요?")

    [김슬찬·최현아/관광객]
    "다른 사람들과 접촉 안 하려고 독채 펜션으로 잡고 왔습니다. 아이들하고 왔을 때 좀 덜 위험하지 않을까."

    [김영미/관광객]
    "아무래도 국내 쪽으로 더 알아보게 된 것 같아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양희서/관광객]
    "우리나라의 제일 큰 섬이니까."
    (다른 데 가고 싶었던 데가 혹시 있어요?)
    "스위스."
    (근데 스위스 언제 갈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협재해수욕장)

    오늘 사실 비도 오고 날씨가 썩 좋지 않은데요. 그래도 해수욕하러 온 분들 꽤 눈에 띕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방송 나오지만 / 사실상 지키는 건 불가능)

    [하동우·한승연/관광객]
    "(마스크)살짝 벗고 있기도 했는데, 방송 듣고 다시 쓰고 다니고 있어요."
    (갑갑하실 거 같아요.)
    "그래도 바다 나와 있는 자체가 좋은 것 같아요."

    [강경택/제주도 해양레저팀장]
    "기본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하고, 파라솔 이용도 2m 이상 간격을 둬야 하고, 튜브 이용할 때는 소독을 거쳐서 하고."

    (인근 한림공원에서도 발열체크 진행 중)

    [이경숙/관광객]
    "(사람이)없겠지 했는데 생각 외로 많더라고요. 그래도 서로 조심도 해가면서."

    (동문시장)

    제가 있는 이곳은 제주 동문시장입니다. 야간에 한 번 와봤거든요. 지금 엄청나게 많은 인파들이 모여있고요. 이런 식으로 푸드코트들이 많이 몰려 있어서.

    (돌하르방: 얘들아, 마스크는 다 쓰고 노는 거지?)

    [팩트맨1]
    제주도 찾는 관광객, 얼마나 몰리고 있을까요?

    휴가철이 시작된 이번 달을 보면, 하루 평균 3만2천 명 가까이 찾고 있습니다. 대부분 관광지가 문을 닫았던 지난 3월과 비교해보면 2배가 넘게 늘었죠?

    그래도 코로나19가 아예 없던 지난해 이맘때보다는 훨씬 덜 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닙니다.

    주말 관광객 현황을 볼까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봐도 거의 줄지 않았고요. 내국인만 놓고 보면 오히려 좀 늘었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거의 받고 있지 않다는 거죠.

    물론 지역 경제가 되살아나는 건 반가운 일인데요.

    장,단기적으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방역 문제인데요.

    당장 며칠 전 처음으로 3차 감염자가 도내에서 발생했고요.

    이렇다 보니 일부 학교 학생들이 집단으로 등교를 거부하는 등 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방역문제뿐이 아닙니다.

    관광객이 줄어든 사이 그나마 제주의 자연이 숨을 좀 돌렸는데, 회복될 틈도 없이 다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 겁니다.

    (용눈이오름)

    이곳은 제주시 동쪽 용눈이오름입니다. 오늘 평일 낮 시간이고요. 또 날씨도 궂은 편인데 이렇게 주차장에 차들이 벌써 꽉 차 있습니다.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1년 새 유명세를 탄 용눈이오름)

    [용눈이오름 관광객]
    (오름이 뜯어 먹은 것처럼 돼 있거든요?)
    "이게 왜 그런 건지 혹시 이유를 알 수 있나요?"
    (저를 인터뷰 하시는 거예요?)

    [홍영철/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원래 탐방로가 여긴데 사람들이 옆으로 조금씩 다니다 보니까."

    (탐방로 주변이 눈에 띄게 훼손된 오름)

    [홍영철/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부석이라고 하는 흙인데, 부서지면 가루가 돼서 바람에 날아가 버려요."
    (오름이 조금씩 사라지겠네요?)
    "네. 이렇게 한 번 완전히 드러나기 시작하면 복구가 안 됩니다."

    (올라가면 갈수록 / 더 크게 훼손된 상황)

    [홍영철/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여기도 계속 깎이게 되면 이런 게 드러나요. 피부가 벗겨져서 속살이 완전히 드러난 거죠."

    (정상에 오르니 / 탐방로를 고정한 철골까지 훤히 드러날 정도)

    [홍영철/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매달 오면 사진을 계속 찍어두는데, 똑같은 곳에서 여기가 다섯 달 만에 이런 철골이 드러났어요."
    (이게 5년 동안 그런 게 아니에요?)
    "네. 다섯 달 만에."

    ('제주의 사진작가' 김영갑의 작품 속 아름다웠던 용눈이오름은 / 불과 몇 달 새 이렇게 닳았습니다.)

    (회천 쓰레기매립장)

    쌓여가는 쓰레기도 고민거리입니다.

    (한라산 중산간을 거대한 쓰레기섬으로 바꿔놓은 회천매립장, 1년 만에 다시 찾아가 보니…)

    이제 이곳은 수명이 다 돼서 다른 매립지로 옮겨가야 한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지금 여기 있는 것들은 순차적으로 소각할 예정입니다.

    (매립이 중단된 일반쓰레기에 비해 재활용 · 폐목재는 여전히 계속 쌓여가는 중)

    [양철우/봉개동 쓰레기매립장 대책위원장]
    (쓰레기더미가 저 산봉우리만해요.)
    "이게 태우는 양이 3년 기간 잡고 있어요. 3년 태워야지 없어지는데. 우리가 제일 걱정하는 건 그 전부터 얘기했는데 침출수. 제주도는 전체가 지하수를 먹으니까 그게 제일 문제죠. (관광객에게)입도세를 받는다고 했는데 그거는 100% 해야 해요. 지금 관광객이 와서 쓰레기를 버리는 게 어마어마해요. 그거를 계속 제주도 도민이 전부다 피해를 보고 있잖아요."

    (하귀포구)

    바다는 어떨까요?

    저희가 일 년 전에 왔던 곳이거든요.

    수질 문제 어떤지 그때 해녀분께 여쭤봤는데, 그때 상황 좀 나아졌는지 지금 다시 한번 찾아뵈러 왔습니다.

    (생활하수와 오물이 내뿜어져 나오던 1년 전 제주 앞바다, 지금은 좀 나아졌을까?)

    [오영애/귀일어촌계 해녀]
    "그때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해요. 물건들이 안 나잖아요, 오염되니까. 소라나 전복 그런 거. 한 시간, 아니 몇 시간 살아도 안 나옵니다."

    이 배는 제주 연안에 쓰레기를 치우는 선박인데요. 제가 한 번 같이 타고 나가보겠습니다.

    (청항선 '온바르호' 타고 바다쓰레기 수거 작업 나가 보니)

    [청항선 직원]
    "지금 이 시기가 좀 깨끗한 시기예요."

    (그래도 바다에 간간이 떠 있는 쓰레기들)

    일회용 음식 용기, 삼다수 병, 신문지, 라면…

    [강대진/해양환경공단 제주지사 온바르호 선장]
    "집중호우나 이런 거 왔을 때는 저희가 한 하루에 20톤 정도."
    (내일 하북 쪽 가신다고?)
    "그런 데는 거의 생활 쓰레깁니다. 거의 80~90% 정도는요. 참 이런 게, 마시고 쓰시고 잘 버려주시면 좋은데."

    관광지, 산, 바다를 가리지 않고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

    역설적으로 코로나19는 제주를 다시 북적이게 만들었지만 겉보기와 달리 속은 곪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외국인 관광객이라도 줄어든 지금 상처를 제때 치료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반사이익은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릅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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